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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간판 ‘티맥스’ MS와 한판 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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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우리나라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 티맥스소프트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회사 창업자 박대연(53·사진) 사장은 12일 중앙일보 기자와 따로 만나 “MS의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와 100% 호환 가능한 새 PC용 OS를 내년 1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3월 19일에는 이에 앞서 서버용 OS와 이동통신기기 등에 쓰이는 내장형 OS 기술을 발표한다. 박 사장은 내년에 출시할 PC용 OS에 대해 “리눅스·매킨토시 같은 OS가 시장을 넓히지 못하는 건 윈도에 최적화된 각종 소프트웨어들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티맥스 OS는 이들 모두와 호환이 가능하고 값도 윈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가 OS 개발에 성공하면 일단 외형적으로 세계적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들처럼 기술적 구색을 골고루 갖추게 된다.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3대 분야인 미들웨어·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OS에 대한 원천 기술을 모두 가진 기업은 IBM과 MS뿐이다.

박 사장은 불모지와 같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온 기술 경영인이다. KAIST 교수 시절인 1997년 티맥스를 창업해 10년 만에 매출액 950억원(2007년 추정치)의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로 키웠다. 특히 98년 ‘티맥스 1.0’, 2000년 ‘제우스 1.0’ 등 첨단 미들웨어를 잇따라 개발해 외국 기업이 독점해 온 국내 시장을 개척했다.

이런 과정에서 박 사장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연구개발”이라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창업 이후 줄곧 최고기술책임자(CTO) 직함을 고집하며 경기도 분당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연구와 가정생활을 병행할 자신이 없다며 결혼 관심도 멀리했다. ‘은둔의 경영자’란 별명을 얻은 연유다.

이런 그가 12일부터 ‘대표이사 사장’ 명함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날 오전에는 사장 취임을 공식화하는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이는 국내 기술벤처의 일반적 모양새와 좀 다르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NHN의 이해진·김범수 같은 창업자들은 회사 규모가 커지자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주주와 업계는 대개 이들의 결정을 환영했다. 박 사장은 이들과 반대되는 길을 가기로 한 셈이다. 그는 이에 대해 “2010년 안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솔직히 최근 1, 2년간의 경영 성과가 성에 차지 않았다. 더욱 의사 결정을 빨리 하고 연구개발 중심의 효율적 경영을 하려면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은 국제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는 “구글도 주당 85달러라는 놀라운 가격에 나스닥에 상장된 덕분에 세계적 명성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IBM과 오라클에 도전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맥스의 이런 청사진에 “허풍이 지나치다”며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티맥스는 최근 2년간 매출 목표를 과도하게 잡아 잇따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주주들의 쓴소리를 들었다.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에 인수될지 모른다는 소문도 돌았다. 박 사장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매출이 빠르게 느는 만큼 올해 매출 목표 16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나서면 근거없는 소문도 곧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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