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의 굴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경준(42·구속 기소) BBK 전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44·사진)이 미국 법원에서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해 8월 기소한 BBK 사건과 별도의 형사사건에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은 11일(현지시간) 사문서 위조, 불법 은행융자, 불법 현금거래, 세금 부정환급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1일, 가택연금 6개월, 사회봉사명령 250시간을 함께 선고했다. LA연방지법 피어시 앤더슨 판사는 “현직 변호사 신분으로 저지른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나 그간의 정황을 참작해 24시간 징역형만 선고한다”고 말했다. 앤더슨 판사는 4일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소액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663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 여유 재산이 없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추가 벌금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이날 판결로 김씨는 3월 3일 이전에 연방구치소에서 하루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6개월간 전자감시장치를 부착한 채 자신의 집으로부터 일정 반경 지역 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김씨는 2001년 변호사 사무실 운영을 위해 현지 아사히은행에서 가짜 서류를 제출해 대출받고, 세금을 부정 환급받기 위해 허위 보고서로 신고한 혐의를 받아왔다. 재판 전 김씨는 연방검찰과 플리바기닝(유죄인정협상)을 통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었다. 또 지난해 11월 1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 활동을 자진해 그만두겠다며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협회에 면허를 반납한 바 있다.

미국 법원 판결은 한국 검찰이 김씨에 대해 추진 중이던 범죄인 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호관찰형이 집행될 때까지 최장 3년간 범죄인 인도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초 “특검 수사가 끝난 뒤 BBK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의 공범인 김씨에 대해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정효식 기자, LA지사=장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