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서울 신당동 P씨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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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달동네 비탈진 땅에 집 짓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대지가좁아 집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다 땅의 모양새조차 비뚤어져 연면적을 좌우하는 용적률이 평지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중구신당동80의283에 건축중인 P씨의 건물은 쓰러져가는경사지 낡은집(대지 22.7평)의 경제성을 최대한 살려 달동네개발의 모델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이 대지는 일반적으로 건폐율을 55%정도밖에 적용할 수 없는좋지않은 조건의 땅인데도 법정한도(60%)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인 58.6%를 적용,바닥면적을 13.3평으로 확대했다.당초이땅은 18평에 불과,헐고 새 집을 짓는 일은 불가능해 방치해뒀으나 다행히 도로개설로 두동강난 옆집의 땅 5.7평을 사들일수 있는 기회가 생겨 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협소한 도로부지 확보를 위해 이때문에 겨우 24평으로키운 땅면적중 다시 1.2평을 내놓아 결국 건축 부지는 22.
7평으로 줄어들었다.이처럼 좋지않은 여건의 땅을 건축가 趙병수씨가 소규모건축 노하우를 발휘,연면적 54.4평 의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만들어 낸 것이다.
趙씨는 전용 면적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현관이나 계단폭을 최소화했고 건물 지붕을 평평한 슬래브 형태로 만들어 생활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특히 유리블록창등을 활용,건물외관의 디자인을멋스럽게 만들어 비록 왜소한 건물이지만 세련미가 물씬 풍기도록했고,옆집과의 일조권 제한으로 잘려나간 부분과 외부계단등의 형태변화를 통해 건물 조형성을 높였다.지붕일부는 동판(銅板)으로마감하고 외부 또한 색상을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는 건식공법의드라이 비트 자재를 사용,고급 스러운 분위기를 냈다.공사비는 평당 2백만원(총1억1천만원)정도 투입했다.
독특하고 세련된 건물 분위기로 인해 전세용인 지하층(14.5평)및 1층(13.3평)이 시공도중 각각 5천만원에 임대돼 건축주는 당초 땅 추가매입비 1천여만원을 포함,총2천만원정도 들여 새집을 마련한 셈이다.
건축주는 아들세대가 살도록 계획한 3층도 분가후 옥상공간과 함께 6천만원에 전세를 놓을 생각이어서 주택 신축으로 인해 자신이 살 공간을 확보하면서 4천만원의 여윳돈까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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