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 ‘MB 386’은 뉴라이트로 전향…“한나라 쇄신”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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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영역에서 오래 활동하거나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MB 386’ 사이에서는 진보·좌파운동에 매진했던 인사들이 오히려 눈에 띈다. 물론 이들은 나름의 ‘전향’ 과정을 거쳐 지금은 한나라당의 브레인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MB의 최측근인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학생연합과 삼민투쟁위원회 조직을 주도하는 등 좌파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대학 시절 내내 ‘검거 대상’이었다. 졸업 후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1992년 당시 이부영 의원의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정 전 부시장은 “나에게 사회주의 혁명론은 민주화를 위한 도구였다”며 “그러나 (민주화 이후인) 지금은 무엇이 국익인지, 어떤 정치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운동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한오섭 인수위 전문위원 역시 학생운동으로 감옥 신세를 졌고 노동자투쟁동맹 사건으로 수배를 받아 도피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한 위원은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재야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전향했고 금융실명제 등 김영삼 정부의 개혁을 보면서 96년 신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재성 인수위 상임 자문위원은 대학 때는 지하조직 운동을, 졸업 후에는 부산 사상공단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했다. “노동 현장에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깨달았다”는 그는 90년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기초의원에 당선되면서 제도권에 합류했다.

59년생이지만 연세대 85학번인 이동호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상임자문위원도 대표적인 MB 진영의 좌파 출신 인사다. 전대협 연대사업국장으로 북한 주체사상 신봉자였던 그는 전향을 해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이들 진보 운동권 출신은 개혁과 쇄신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의 변화를 주장해 왔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개혁 소장파’는 MB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선인의 386 참모 중 다수를 차지하는 전문직 출신은 실용적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정무적 감각은 떨어질 수 있다“며 “정무나 기획·조직 영역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진보 운동권 출신들이 이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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