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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 왜 불씨 못 잡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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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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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부터 화마(火魔)가 본격적으로 숭례문을 덮칠 때까지 3시간이나 있었다. 이 시간 동안엔 연기만 올라왔을 뿐이다. 불기둥은 보이지 않았다. 왜, 소방 당국은 불씨를 못 잡았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초동 진화 실패=우선 목조건축물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는다. 최인규 서울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송진은 물과 상극이다. 물 외에 산소질식제 등 소화액을 사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숭례문의 기둥과 보는 송진 함량이 높은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송진은 휘발성이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물로 진화하기 어려운데 소방 당국은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 초기 진화 때 물만 사용했다.

정거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온도 변화와 연기를 함께 감지할 수 있는 ‘복합감지기’와 함께 물 분무량이 적은 ‘워터 미스트(water mist·안개 형태의 미세 물방울)’를 사용했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화재 진압 방식의 문제점도 거론된다. 화재 발생 초기부터 지붕을 뜯어내고 진화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산업대 이수경 안전공학과 교수는 “나무가 겹겹이 쌓이고 얽혀 있는 목조건물 구조상 바깥에서 뿌린 물이 쉽게 불꽃에 닿을 수 없다”며 “기와를 뜯어내고 위에서 물을 뿌려야 했다”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는 인재=숭례문 화재는 서울시와 중구청의 안이한 관리·감독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 1호에 상주 관리자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차 관리 책임을 맡은 중구청 공원녹지과는 평일에는 3명, 휴일에는 1명의 근무자를 운영했다. 그나마 근무자들이 모두 퇴근하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숭례문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중구청은 대신 민간 경비업체인 KT텔레캅에 무료로 야간 경비를 맡겼다. KT텔레캅은 폐쇄회로TV(CCTV) 4대와 적외선감지기 6대로 무인감시 시스템을 작동하다 침입자가 생기면 10~20분 안에 대원을 출동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밤에 누군가 숭례문에 들어가 불을 붙이거나 문루를 훼손한 뒤 달아났을 때는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주정완·강기헌·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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