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南北韓 균형대우시도 위험-릴리前주한美대사 NYT紙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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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임스 릴리(美 엔터프라이즈연구소 아시아연구소장)前주한 美대사는 26일 뉴욕타임스紙에 기고한 "북한의 포커게임"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북한이 대미협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노력을포기하지 않을경우 북한은 지금까지의 나쁜 이미지를 개선할수있는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요약이다.

<편집자 주> 북한은 사실상 가장 허약한 무기인 군사행동이라는 협상 카드를이용해 대미협상에서 교묘히 공세위치를 선점해오고 있다.
북한이 현재 핵동결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엄청난 대가도 얻었다.그럼에도 북한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전쟁도발 위협으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위기를모면받았으며,未신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사찰도 5년간 유예받았다.
이같은 성과에 고무된 북한은 이번엔 北-美 제네바核합의에서 약속된 對북한제공 경수로를 한국이 건설하게 된다면 이 합의를 깨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돈만 대고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없도록함으로써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게임에 이용당할 수는 없다.
美정부는 한국이 현재 한반도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이같은 게임에서 더욱 고무되도록 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美국무부는 한국정부가 김일성(金日成)조문사건으로 북한을 모욕했다는 뜻의 내용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미국정부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있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그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남북한은 동등한 입장에 놓여있지 않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며 은둔의 왕국이다.
반면 한국은 모든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자유언론과 진정한 민주적 선거,그리고 놀라운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다. 북한은 현재 주민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문제와 관련,세계 어느 나라도 설득할 수없는 상태다.
클린턴 美행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했다는 구실만으로 제네바합의가 결함없는 것이라고 강변할 수 없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네바합의를 대체하는 더 좋은 협정이 필요하다.남북한은 91년「남북화해와 불가침및 교류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통해 화해와 협조를 다짐했으며 이는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실질 적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건설적 관계 확보로 무역과 문화교류의 활성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또 유례없는 이미지 개선의 기회를 얻을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협상과정에서 제외하고 미국의 협상대표단을 곤혹스럽게 하는 제반 행동을 계속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합의와 이 합의 이행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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