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 방송작가 이재우.이유인 SBS"그대목소리" 공동집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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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30년동안 방송대본을 써오며 아직도 원고지에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아버지.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없이는 일할 수없다고 생각하는 아들.다른 점이 너무도 많은 30년차이의 아버지와 아들이 드라마를 공동집필해 화제다.
5월1일부터 방영될 SBS아침드라마 『그대 목소리』(이종한 연출)의 극본을 맡은 방송작가 이재우(58)씨와 아들 유인(28)씨가 주인공.정통 가족드라마를 내세운 『그대목소리』는 언년이란 할머니를 중심으로 아들.딸부부의 모습을 통해 신.구세대간가치관의 갈등과 조화를 그릴 예정이다.
『식사하는 시간을 빼곤 아버지와 마주앉아 하는 일이 온통 드라마 이야기입니다.전체 뼈대도 함께 세우고 줄거리 전개,등장인물의 성격설정도 함께 하고 있어요.』 방송 데뷔작을 아버지와 함께하게 된 유인씨는 마음이 든든한 듯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아버지 李씨는 『드라마에서 함께 그려나갈 명문가에 대한 개념을 놓고 아들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며 『오랜 토론끝에 어렵게 타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인씨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대학원에서 생물물리를 전공한과학도.그러나 91년 미국유학을 앞둔 시점에서 『1등이 아니면안되는 과학계보다는 펜과 종이하나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매력에 빠져』 글쓰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또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파지를 정리해온 남다른 이력도작용했을 것』이라며 『좋은 드라마를 보았을 때 치미는 묘한 질투도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아들이 글쓰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찔했다』는 李씨는 『아들의 전공이 아깝기는 하지만 자신이 고민끝에 결정한 일인만큼 30년 선배로서 아들의 습작에 매서운 비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李씨는 64년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극본을 쓰기 시작,70년대 MBC『막내며느리』,TBC『데릴사위』등을 비롯,80년대 『간난이』등을 히트시킨 장본인이다.
『자극적인 내용의 감각적인 드라마도 좋지만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평소 우리가 놓치고 사는 일상의 소중한 이야기를 곰상스레 그려보고 싶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의기투합이 어떤 드라마를 그려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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