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개혁의 남은 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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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교육개혁안의 골격이 마련되고 있다.요즘은 모든 주요한 개혁이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고 있어 이번 교육개혁안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언뜻 보기에 구분되어야 할교육개혁과 사법개혁이 한묶음으로 등장하는 것도 세계화라는 구호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국가 백년대계를 마련하자는데 사소한 문제로 시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에게는 사법개혁과 교육개혁이 두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그 하나는 둘 다 강력한 이해집단의 기득권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다른 하나는 개혁의 결과가 대통령의 재임기간중 별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인기를 크게 올리지 못할 분야인 것이다.
현재 대통령은 사법개혁과 교육개혁을 진행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대중주의적 여론 형성에 의존하고 있다.두분야 모두 여론조사결과는 개혁의 원칙에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고민은 기득권그룹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설득과 타협을통해 개혁을 했다는 명분을 획득하는 것이다.
법조계나 교육계가 여론에 저항해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그래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상 후퇴로 끝날 공산이 크다.왜냐하면 개혁이 법조계와 교육계 내부에서진행돼야지 알맹이가 충실할텐데 위로부터의 개혁이 진행되니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사법개혁과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상당히 오래전에 제기되어 역대정부가 손을 대보려고 했으나 실패한 이유가 무엇일까.대통령과 개혁주체들은 이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관예우와 높은 수임료로 법조계가 얼마나 득을 보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17조원으로 추정되는 사교육 시장에 얼마나 많은 이해당사자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그러나 엄청난 사람들이 현제도가 개혁되면 영향을 받는다.이들은 잘 조직되어 있고 목소리를 집약시키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따라서 소 수의 정책입안자가 어설프게 개혁을 하려해도 현실로 구체화되기는 어려운 것이다.「위로부터의 개혁」은 「밑으로부터의 자기반성」을 유도하지 않으면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
사법개혁.교육개혁과 관련해 사립대학들이 다투어 로스쿨 신설경쟁에 나서는 것은 수험생에게는 혼란스럽지만 경쟁이 일어나는 현상을 마다해서는 안된다.이제까지 정부가 너무 깊숙이 개입해 대학의 진입을 막고 교육서비스 공급자체를 왜곡시킨 것이 고쳐져야하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는 더이상 국가가 독점해야 할 공공재가 아니다.사회전체에 큰 혜택을 주는,경제학 용어로 외부경제 효과가 있는 사적 재화로 봐야한다.교육서비스의 수요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이상공급시장은 자유화되어야 하고, 공급자간의 시장 경쟁 원리가 강조되어야 한다.기존의 대학이 만약 기업체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신규대학이나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결단 기대 교육서비스가 사적 재화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과 내용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 것은 당연하다.무분별한 평준화 요구가 매년 가계가 부담하는 17조원의 사교육비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통령의 고뇌는 결단을 내리기 위한 노력으로 보고 싶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교육과 사법개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밑으로부터의 반성」은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대통령이 국가자원의 상당부분을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민간기업도 뒤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현준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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