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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존속殺人 다시없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해 박한상(朴漢相)군 부모 살해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한 대학교수 김성복(金成福)씨의 부친살해사건으로「패륜범죄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살해된 두 아버지는 모두 자수성가했고 생활은 검소한 반면 자식들에게는 비교적 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동시에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던 장남에게 상속 갈등으로 피살됐다는 유사성이 있다.전문가들은 아버지를「돈을 주는 사람」으로만 인식하면서 자란두 사람이 아버지가 돈을 주지 않겠 다고 했을때 증오와 분노를느껴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장경섭(張慶燮)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박한상(朴漢相)군 사건이나 덕산그룹 부도사건,그리고 금용학원이사장 피살사건등이 모두재산문제와 가족관계가 얽혀 일어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우리는 고도성장과정에서 가족을 단위로 재산을 모아왔기 때문에재산을 모으는 목적이 주로 사회적인 기여보다는 가족의 안일에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 근검절약하며 돈을 모았던 부모세대들이 자신들의 몸에 밴 금욕적인 생활태도를 자식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지못하고 있다.자녀들은 부모의 근검절약하는 태도는 배우지 못하고물질적인 부(富)만 물려받게 됨으로써 자신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킴과 동시에 가족전체가 불행해지는 참담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훈구(李勳求)연세대 심리학과교수=범인 金씨는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유산상속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의 잘못된 유교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자신이 받을 몫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아버지를 살해해도 당연하다 는 엽기적인 자기합리화로 비화된 것이다.
부모가 뼈빠지게 일하며 자식들을 위해 과외시키고 무리하게 혼수감을 마련하고 죽어서까지 자식들을 위해 남은 모든 것을 상속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린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과 유산상속 풍토를 다시한번 짚고 넘어가야한다.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일은 헌신적 사랑뿐 아니라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강인한 자식들을 키우는 절제되고 합리적인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민성길(閔聖吉)연세대 세브란스 정신과장=범인 金씨는 특별히부모로부터 박해받은 사실도 없어 범행이 무의식의 발동이나 충동에 의해 일어났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치밀한 사전준비가 있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를 경우 사형받을것이라고 인식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떠한 정신질환 가능성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 나이가 될때까지 풍족한 생활을 했고 스스로 자신이 필요에 의해서 고집을 부리는 아버지를 살해했고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아버지를 먼저 보냈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합리화를 했을 것이다.
◇윤진(尹振)연세대 심리학과교수=서양이 개인주의 문화로 홀로서기를 어려서부터 교육해 왔다면 우리는 집단주의.가족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개인의 능력보다 인맥과 학맥을 우선시하는등많은 부분에서 개인이 독립하지 못하는 집단주의 성격이 강하다.
범인 金씨의 경우도 집단주의속에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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