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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총사령관 미군대령출신이 맡아 이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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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총병력 3천5백명의 미니군대를 이끄는 알렉산드르 엔셀른(63)에스토니아軍 총사령관이 화제다.한국전.베트남전에 참전한 바 있는 미군대령 출신이 舊소련군의 최고지휘관이 됐기 때문이다.
소련이 에스토니아를 유린한 1944년,12세 소년 사샤(알렉산드르의 애칭)는 불타는 탈린港을 뒤로 하고 빠져나가는 뱃전에서『언젠가 자유 에스토니아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맹세했다.
그 맹세가 실현된 것은 50년이 지난 93년 봄.소련으로부터독립한 에스토니아군 사령관으로 취임한 것이다.미군에서 대령으로예편,캘리포니아州의한 위성통신회사에 다니던 그는 신생 조국의 부름을 받고 만사를 팽개치고 달려갔다.
조국의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취임한뒤 혁신의 칼을 휘둘러취임 한달만에 장교의 절반을 잘라냈다.『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어중이 떠중이 사령관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국전.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그는 취임당시 군화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오합지졸들을 얼마 안가 람보식 애국주의자로 만들었다.
변변치 못했던 무기들도 이스라엘제 갈릴리기관총으로 대체했고,미제 지프도 들여왔다.적대적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바꿔놓았다.
순조롭던 그의 군개혁은 이달초 총선에서 공산계가 다수당이 되면서 시험대에 올려지고 있다.공산系 헬메 국방위원장은 『엔셀른은 미국 버몬트州만한 나라에 적합하지 않은 군을 만들고 있다.
에스토니아인구 1백50만명보다 많은 군대를 보유한 러시아를 적으로 삼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다.그는 리틀 아메리카를 만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엔셀른은 『에스토니아 군의 임무는 적이 침공하면 서방지원을 받을때까지 버티는 것』이라면서 『에스토니아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게릴라전을 펼칠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받아넘긴다. 『나폴레옹이 죽었기 때문에 그 다음가는 엔셀른을 사령관에 취임시킨 것』이라며 옹호하는 메리대통령과 각종 여론조사에서나타나는 높은 인기가 그의 자산이긴 하지만 되살아난 보수의 장벽앞에 얼마만큼 버틸지 주목된다.
[모스크바=安成奎특 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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