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수의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선양기계(瀋陽機床)그룹. 랴오닝성 선양시 다둥(大東)지역에 자리한 밀링머신 공장엔 '세계 20대 기계업체가 되자'는 것을 의미하는 '진군(進軍)세계 기상(機床) 20강(强)'이란 간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바오산(寶山)강철을 거느리고 있는 상하이바오강(上海寶鋼)그룹은 내년 중, 인수.합병(M&A)전문회사인 더룽(德隆)투자회사는 향후 5년 내 각각 '세계 500대 기업'에 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일등기업들은 이처럼 대부분 '세계 500대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50개 기업을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직 세계 500대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해 중국기업연합회와 중국 기업가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500대 기업의 2002년 총자산은 27조3600여억위안(약 3조3000억달러)으로 세계 500대 기업의 7%에 불과하다. 매출액은 세계 500대 기업의 6%에 그친다. 주목할 것은 성장세다. 중국은 1997년 불과 3개사만이 세계 500대 기업이었지만 지난해 11개로 급증했다. 중국 500대 기업의 매출은 2002년 말 현재 전년 대비 19%가량 증가한 반면 세계 500대 기업은 3% 성장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한창 내수가 고속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디이자동차(第一汽車)와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는 최근 3년간 매년 내수 판매액이 50% 이상 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는 지난해 말 2억7000만명으로 1년반 전에 비해 1억명 이상 증가했다. 그래서 이들은 "내수만 제대로 공급해도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될 수 있다"(상하이자동차)고 주장한다. 500대 기업 '50개 진입'이란 호언이 허언에 그칠 것 같지 않은 대목이다.
◇특별취재팀=김영욱 경제전문기자(팀장), 김형수.최형규.김경빈 기자, 친훙샹(秦鴻祥)중국 베이징대 교수,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