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저자 칼릴 지브란 傳記 佛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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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예언자』라는 산문시집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레바논출신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화가 칼릴 지브란의 전기가 그의 사후 60여년만에 프랑스의 알뱅 미셸출판사에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저자는 오랫동안 지브란의 문학과 삶을 연구해온 장 피 에르다.
「현대판 성서」로까지 불리는 『예언자』는 1923년 첫 출간된 이래 영어판으로만 8백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지금도 32개국어로 번역돼 성경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그의 대표작이다.
사랑.결혼.우정.젊음.종교등 보편적인 주제들을 다룬 이 산문시집이 다소 몽상적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글마다 복잡한 현대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옛 예언자들의 말이라고도 느낄 수 있는 생경함과 심오함이 담 겨 있기 때문이다.그의 조국인 레바논 특유의 신비와 몽상적인 요소,그리고그가 청년기를 보낸 미국과 유럽의 합리와 이성이 용해돼 이같은작품이 탄생될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그의 전기에는 17세 나이에 무일푼으로 미국으로이주해야했던 그가 세계적 작가로 일어서기까지의 역경이 상세하게소개되고 있다.작품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그의 찌든 생활상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서양과 동양의 틈바구니에 서 겪어야 했던방황,동서화합에 대한 열망,그렇게 치열하게 살았으면서도 결국은동에서도,서에서도 행복을 얻지 못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1883년 레바논 북부 바샤레에서 태어난 칼릴 지브란은 17세되던 1900년 조국에서 떼밀리듯 어머니.3남매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다.당시 터키의 지배를 받던 레바논에서 세금징수관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세금을 착복한 혐의로 체포되고 전재산이 몰수되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그에게는 꿈의 나라가 아니었다.보스턴에 도착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어머니와 누나.형이 암과 결핵으로 이국의 하늘 밑에서 죽어갔던 것이다.지브란은 하나 남은 누나를 부양하기 위해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가족들이 짊어진 빚 도 그대로 그의어깨로 떨어졌다.
그러던 중 보스턴의 한 출판업자의 도움으로 책디자인 일을 맡아 화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한다.무엇보다도 그가 젊은 작가나 시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었다.
미국 문단의 생리를 어느 정도 익힌 그는 20년간 품에 안고퇴고를 거듭해 왔던 원고를 내놓았다.이 책이 바로 『예언자』였다.그후에도 여러권의 책을 내고 미국내 시리아계 신문에 글도 수 없이 발표했지만 이 작품 만큼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평소 레바논의 종교간 단합을 호소해왔던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지내며 알콜로 향수를 달래다 건강을 해쳐 1931년 48세를 일기로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고향 마을에 그의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었던 그의 영어판 저작권 수입이 레바논 민병대를 무장시키는데 전용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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