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신성한 숲" 남진우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두번째 평론집.서정주.최 인.김지하에서부터 장정일.기형도.윤대녕등 젊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소설.희곡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남씨는 신화분석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온 평론가.이번 평론집에서도 남씨는 삶에 대한 시적 통찰과 이를 신화적으로 재구성한 독특한 시학인 「영겁회귀의 시학」을 기본적인 분석틀로 삼고 있다.
남씨에게 시는 삶의 비의에 도전하는 언어다.DNA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해 내려는 과학적 탐구가 육체의 비밀을 캐내려는 시도라면 시는 정신의 블랙박스를 찾아나서는 모험이다.그러나 삶의비밀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경험적으로 그것은 어느 한지점에서 구성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발명하지 않고 발견하려든다.그 탐험은 끝이 없을 수밖에 없다.
남씨는 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의 모험을 시인의 운명이자 역할로 간주한다.남씨에게 삶은 「부재의 중심을 싸고 도는 소용돌이」일 뿐이며 그 존재하지 않는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시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신성한 숲」은 어딘가에 존 재하고 있을,삶의 비밀을 간직한 미지의 숲이다.시는 그 숲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이 책에 실린 평론들은 「신성한 숲」에 다가가는 작가들의 고유한 걸음걸이를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민음사.4백13쪽.9천원〉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