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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방] 누렇게 변한 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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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마시는 술을 몇 잔 한 뒤 늦게 귀가한 K씨. 다음날 몸이 찌뿌드드해 출근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다 헛구역질이 나 혀를 내밀어 보니 혓바닥 색깔이 누렇게 황태가 덮여 있었다. 불그스름해야 할 혀는 누렇게 변했고, 혓바닥엔 무언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칫솔로 문질러도 깨끗하게 벗겨지지 않고 구역질만 더욱 심하게 난다.

혀의 상태만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설진(舌診)이다. 한의학에는 '보고.듣고.묻고.만져'병을 찾아내는 네 가지 진찰법이 있는데, 설진은 그 중에서도 눈으로 보고 진단하는 망진(望診)에 속한다.

혀는 인체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혀의 색깔과 윤기, 설태(舌苔)의 색 등을 살펴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원인은 무엇인 지, 병의 성질은 어떤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혓바닥에 이끼처럼 끼어있는 설태의 색만 보아도 현재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혀가 깨끗하고 불그스름해야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분홍색 혀는 건강한 사람의 혀라고 볼 수 없다. 혀 끝이나 주변을 제외하고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하얀 설태가 얇고 고르게 끼어 있어야 건강상태가 최상이다. 반면 혓바닥에 하얀 백태가 두껍게 끼어 있으면 비장과 위장에 수독(水毒)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체내에서 빠져나가야 할 수분이 정체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특히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하기 쉽다.

K씨와 같이 혀에 누런 황태가 끼면 간장습열독(肝腸濕熱毒)이 있는 경우다. 간장에 습열독이 쌓여 있으면 담즙 배설이 잘 이뤄지지 않고,해독 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소화가 안 되고,헛구역질과 피로감.몸살 기운 같은 간장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우선 간장의 습열독을 풀어줘야 한다. 미나리와 황태국이 좋은데, 특히 미나리는 간장의 습열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탁월해 음주 후 좋은 효험을 볼 수 있다.

인진 20g과 치자 12g에 물 500㏄를 붓고 1시간 정도 은근히 달인 뒤 아침.저녁 차처럼 마셔도 누렇게 낀 설태가 벗겨지고 헛구역질하는 것도 없어진다.피곤하고 몸이 늘어지는 증상도 개선된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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