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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말기환자에겐 내성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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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글리벡은 불사조가 될 것인가, 멸종된 공룡의 운명을 맞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성률에 달려 있다.내성률이 높아 재발이 많아지면 글리벡은 사라질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백혈병 치료제로 환자의 곁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지난달 21일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선 종양학 분야의 대가들이 참석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 서밋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김동욱(혈액학)교수는 글리벡을 복용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내성률을 발표했다.결론부터 말하면 글리벡을 어느 시기에 복용하느냐에 따라 내성률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국내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수는 대략 1000~1500명.이 병은 일반적으로 초기 만성기 환자가 3~4년 뒤 가속기 환자가 되고,가속기 환자는 9~12개월 뒤 급성기 환자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교수는 "이 병의 말기라 할 수 있는 급성기에 글리벡을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는 5~7개월 안에 85%가 내성을 보였다"며 "가속기부터 약을 먹은 환자는 2년내 35%,3년내 60%가 내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성기부터 글리벡을 복용한 환자는 6%만이 3년 내에 약에 대한 내성을 보였다. 이는 만성기에 글리벡을 투여하면 기존의 인터페론 복합요법보다 부작용은 훨씬 작은 반면 치료 효과는 3배인 74%에 달한다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3월 13일자 발표)논문과 비슷한 결과다. 김교수는 "내성은 모든 약의 불가피한 숙명"이며 "글리벡의 경우 약물이 작용하는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 내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장에서 한 인도인 의사가 "30세 이하의 젊은 사람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면 글리벡 복용과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물었다.

사실 이 문제는 대답하기 쉽지 않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중시하는 의사들은 글리벡을 복용해도 10~15년밖에 살지 못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은 늦게 하면 성공률이 떨어지므로 젊은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런던의 하머 스미스병원에선 환자의 나이가 30세 이하면 조혈모세포 이식을 권한다. 30대 환자는 조직형이 맞는 형제가 있으면 조혈모세포 이식, 없으면 글리벡 복용이 원칙이다. 40대 이상의 환자에겐 글리벡 복용을 추천한다.

김교수는 "30대 이하 환자는 먼저 6~9개월간 글리벡을 복용한 뒤 이식 전 항암제 투여 용량을 대폭 줄인 미니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중국 하이난섬=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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