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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인권보장 구체방안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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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놓고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북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런 움직임은 향후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북한과의 교류.협력 전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그 동안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먼저 북한인권 문제는 김정일 독재정권에 의해 파생된 것이란 분석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나 식량난.탈북자 문제 등이 세습적 독재체제에 따라 벌어진 사태라는 얘기다.

주로 보수층이나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탈북자와 이산가족.식량난.정치범수용소 등 인권관련 문제는 뚜렷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인권.식량난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인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체제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방편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이런 시각의 사람들은 미 국무부가 6자회담이 열리고 있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03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북한의 인권실태를 신랄하게 비난한 대목까지도 의혹을 제기한다.

또 6자회담 테이블에서 납북자 송환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나선 일본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대표 유수)은 '북한 식량난과 인권'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북한 인권문제에서 탈정치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나 미국의 대북 압박을 문제삼는 견해 모두 정치적인 배경이 깔린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 원칙으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인권문제 제기▶정치적 목적에 따른 정략적 차원의 인권문제 제기 지양▶북한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개선을 위한 북한 정권의 노력과 함께 관련 국가와 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북한의 경제난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긴급구호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통일연구원 조민 연구위원은 "개발독재 시대에는 보수 우익계층이 북한 인권을 대북비판의 도구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은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회피해온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북한 체제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북한 주민을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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