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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길이있다] “주의력 결핍, 학습 장애, 좌·우뇌 불균형 탓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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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서 웬 공놀이?’ 하지만 실내 각기 다른 방에선 이보다 더 흥미로운 광경이 목격된다. 컴퓨터 단말기에 나타나는 신호에 손과 발 박자를 맞추는 아이, 음악의 진동을 몸으로 느끼는 아이, 지도사의 도움을 받으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아이….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는 물론이고 틱과 같은 정서장애, 품행 및 학습장애 등 복합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른바 스펙트럼 질환이지요. 경계가 불분명한 이런 질환들은 증상이 다를 뿐 원인은 한 뿌리에서 시작하지요.”

변한의원 변기원(사진) 원장은 국내에선 드물게 어린이 정신질환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원리는 나뭇잎이 아닌 뿌리를 치료하는 것.

“서양의학에서도 틱을 호소하는 아동은 ADHD·강박·불안·행동장애를 동반하고, 각 질환은 경중만 다를 뿐 스펙트럼 선상에 연계돼 있다고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치료는 각각 다른 증상으로 접근해 완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신질환 역시 한의학에선 균형과 조화로 설명한다.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 그리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혼란, 뇌의 조화롭지 못한 발달 이상에서 스펙트럼 질환이 진행된 만큼 이를 바로잡는 것이 치료의 원리라는 것.

“좌·우뇌가 균형을 잃으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쪽 지식만 받아들입니다. 머리는 좋은데 외부와의 교감은 거부하는 자폐 성향이 되지요. 또 자율신경이 혼조되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과잉행동이 나타나고, 주의 산만과 집중력 저하로 나타납니다.”

변 원장의 치료 수단은 세 가지다. ‘영양과 자극, 산소’를 통해 오장육부의 허실을 조절, 뇌의 불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 중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극. 뇌를 직접 자극하는 시·청·각·후·촉각을 비롯해 평형감각과 위치(전정)감각 등 오감이 대상이다.

MI(마음통합실:한방운동과 스트레칭), BI(뇌통합실:메트로늄 등), PI(신체통합실:공운동·단체놀이·아로마), SI(감각통합실:특수제작 스피커)를 통해 뇌를 자극하고, 불균형을 바로잡는 7감치료를 한다는 것.

그는 여기에 침과 추나요법을 추가한다. 좌환우치, 우환좌치 이론에 의해 좌측 대뇌 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오른손 합곡혈을, 우측 대뇌 기능 이상엔 좌측 상응 부위를 자극한다.

약물은 귀비탕을 기본으로 체질에 따라 육미지황탕·보중익기탕·청심연자음을 가미해 복용케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법을 가르쳐 뇌에 산소를 공급한다.

최근 그는 치료 효과를 객관화하기 위해 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탈고했다. 12명의 ADHD, 틱, 발달지연 아동(평균 9.3세)을 대상으로 치료 3개월 후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ADHD 관련 ADS 주의분산점수(61)와 충동점수(62)가 정상 기준수치인 60 이하(52, 50)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또 행동개선 정도를 보여주는 DSM-4 항목에서 과잉행동은 45%, 반항성 39%, 품행장애 51%, 사회성 48%, 의사소통 35%의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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