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도 미소짓는 부자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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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28면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 부자들은 시련기가 올 때마다 갈고닦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침체장에서도 조용히 웃는 부자들이 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최모(서울·53)씨는 회사에서 받은 우리사주와 여유자금으로 조금씩 매수한 주식을 합쳐 꽤 많은 주식 자산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가금액이 3억원을 넘었는데, 최근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면서 평가금액이 2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웬만한 투자자라면 속앓이를 할 터였다. 그러나 최씨는 달랐다. 주식을 싼값에 두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자녀들의 집장만을 위해 재산 증여를 고민해왔다. 마침 주가하락으로 현금이나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증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최씨는 두 자녀에게 주식 3000만원어치씩을 증여했다. 증여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여서 세금은 물지 않았지만, 증여계약서를 쓰고 세무서에 신고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래야 나중에 주가가 올라도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안 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씨가 놓치기 쉬운 한가지 포인트를 더 알려줬다. 증여할 때 증여자산의 평가액은 대부분 증여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주식은 좀 다르다. 주식은 시세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증여 시점의 주가를 증여가액으로 잡지 않는다. 상장주식이라면 증여일 전후의 2개월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총 4개월간의 주가가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주가로 봤을 때는 평가액이 3000만원 이하일지라도 증여한 뒤 2개월간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같은 때는 주식 증여의 적기라 할 수 있다. 주가가 당분간 옆걸음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씨처럼 주가가 당분간은 맥을 추지 못하겠지만, 몇 년 뒤엔 많이 올라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세금 걱정 없이 주식을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증여를 했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 세금 부담이 커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

또한 증여 후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한 뒤 떨어진 가격을 기준 삼아 재증여를 하면 세금이 줄어든다.

펀드는 주식과 달리 증여 시점의 기준가격에 따라 증여세를 계산한다. 즉 증여한 뒤에 향후 펀드의 기준가가 상승해도 추가적으로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투자문화가 바뀌면서 부동산 대신에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증여하는 부자들도 늘고 있다. 투자 안목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지만, 요즘 같은 하락장은 증여의 테크닉을 구사하기 좋은 때라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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