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경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호 18면

‘인도차이나’ ‘연인’의 사이공과 ‘색, 계’의 상하이는 강대국에 의해 점령된 도시이면서도 이국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그런 도시들은 서로 다른 문물이 충돌하고, 지배와 피지배의 긴장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씨네 iN <일제 강점기 경성>

그런데 식민지시대 경성은 지금껏 친일(親日)과 반일(反日)의 필터를 통과해야만 우리에게 닿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시간을 압축해 근대화를 진행했기에, 기묘하고 역동적이었을 도시 경성. 경성은 이제야 ‘원스 어폰 어 타임’ ‘라듸오 데이즈’ 등을 통해 사람이 살던 도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이아몬드 강탈극인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라디오 방송극 제작을 다룬 ‘라듸오 데이즈’에는 모두 재즈가수가 등장한다. 재즈는 1930년대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이 지금의 명동인 진고개에서 즐겨 듣던 음악이었다. 그들은 미쓰코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충무로에 형성된 상권 혼마치 일대를 누비며 재즈를 듣고, 찰스턴을 추고, 커피와 칼피스를 마셨다.

그러나 화려하게 보이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은 시대의 그늘 또한 반영하고 있었다. 여학교를 졸업한 모던 걸들은 혼자 힘으로 밥벌이를 할 수 없어 부유한 남자를 낚거나 거리로 나서야 하는 일마저 있었고, 모던 보이들은 구세대 가치와 충돌을 빚으며 ‘계집애 같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한복을 입고 신식 아이템 몇 개만 더한 이상한 차림새가 많았다. 1월 31일에 나란히 개봉한 두 편의 영화, 그리고 그보다 앞선 TV 드라마 ‘경성 스캔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난 도시 경성은 그처럼 복잡다단한 도시였던 것이다. 김현정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