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만 국민 200만명 反중국 '인간띠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만에서 중국의 무력 위협에 항의해 200여만명이 '인간 띠 시위'를 벌였다. 대만 역사상 최대의 군중 집회다. 대만 섬 북쪽의 지룽(基隆)시와 최남단 팡랴오(枋寮)를 잇는 '480㎞ 길이의 인간 띠'가 만들어졌다.

◇대만 사상 최대 집회=대만.홍콩 언론들은 "대만 총통선거에 즈음해 중국이 '대만 독립론'을 압박하는 데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과 대단련(台團聯)은 지난달 28일 '미사일 반대, 평화 애호'를 표방하면서 '손에 손잡고 대만을 지키자'는 반중(反中)집회를 열었다. 독립 구호가 나오자 중국이 대만을 겨냥, 500여기의 미사일을 배치한 데 항의하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은 이날 인간 띠 시위의 출발점인 지룽시에서 '평화의 종'을 울린 뒤 오후엔 리덩후이(李登輝)전 총통과 손을 맞잡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확신하며 개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시위에는 陳총통 지지 세력과 대만 본토 출신들이 대거 참가했다. 홍콩.대만 언론에 따르면 당초 예상치(약 100만명)의 두 배가 넘는 인파였다. 이들은 오후 2시28분 일제히 '대만 예스(YES)'를 외쳤다. 그런 뒤 중국 쪽을 향해 '노(NO)'를 외쳐 대만 독립 의지를 과시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대만 이름 찾기'운동과 마찬가지로 100% 대만 독립을 꾀하는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외교 사령탑인 탕자쉬안(唐家璇)국무위원은 "중.대만 평화에 무익할뿐더러 갈등과 혼란을 부추겨 양안(兩岸)관계의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판도 뒤집기=이날 시위로 陳총통은 패색이 짙었던 대선 판도를 뒤엎을 계기를 마련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陳총통의 지지율이 시위 뒤 35%에서 38%로 올라가 국민.친민당 연합 후보인 롄잔(連戰)과의 격차가 2%포인트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두 후보모두 39%대의 지지율이나 陳총통이 박빙의 우세"라고 전했다.

대만은 오는 20일 총통 선거와 함께 국민 투표를 실시해 ▶중국의 미사일 배치에 맞서 방위력을 증강해야 하느냐▶중.대만 간의 평등한 대화.협상에 찬성하느냐를 묻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