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극비 수교접촉-서울"북한에 걸림돌 될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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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정부는 北-日 수교협상이 극비리에 재개됐다는 보도의 진상을 확인하는 한편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우리정부는 日本이 공식통보를 해오지 않는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을 입장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日-北韓 비밀접촉설에「코멘트하고싶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한국정부가 반응을 보인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본측이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고하지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韓日 양국은 지난 91년 노태우(盧泰愚)대통령 방일(訪日)시『북-일 수교협상은 한일 양국이 충분한 사전협의를 갖는다』는「일본.북한 수교 5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지난달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양측은 이를 확인했었다.
그러나 日-北韓 양측은 지난 92년11월 국교정상화 회담이 공식 중단된 이후에도 전화접촉을 계속해 왔지만 우리 정부에는 사전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일본정부가 전화 접촉까지 우리에게설명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었다.
그러던 우리정부가 이번 접촉에 극도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이유는 접촉 시기와 내용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데에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설립과 대북(對北)경수로 협정체결 목표시한(4월21일)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다.게다가 북한은 강도를 계속 높여가며 논란의 핵심인 한국형 경수로를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북-일 양측 회담의 주요 걸림돌이 이번 비밀 접촉을 계기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2년 결렬된 북-일 수교협상의 핵심 쟁점은 배상금 문제였다.북한은 그동안▲교전상대국으로서의 전쟁배상▲식민지시대의 인명피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전후 45년간 북한을 적대시해온데대한 배상까지를 요구했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배상금을 빼고서도 약 20조 2천 7백만엔(한국개발연구원 추정치)에 달하는 조총련 공유재산가운데 적어도 10조엔을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전후배상금」문제에 대해 전례없이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북-일 수교협상이 앞으로 남아있는 북미(北-美)제네바 합의 이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일 수교협상이 자칫 한반도 평화정착에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측에 상기시키면서 양측이 이미 합의한「사전협의」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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