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週當 52.3시간 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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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확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덕에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상으로는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조업보다는 도.소매,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취업이 주로 늘어나 제조업체 생산 현장에서 일손 구하기가어렵고 대졸 이상의 고학력 실업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등 그내용에는 문제가 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94년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천32만6천명)는 연간으로는 처음으로 2천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취업자 증가율이 3%로 「직업 전선」에 새로 뛰어든 경제활동인구 증가율(2.6%)을 앞질렀다.일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에 비해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업률은 2.4%로 93년(2.8%)에 비해 0.4% 포인트 낮아져 지표상으로는 완전고용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의 고용동향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아본다.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일손이 모자란다=제조업 가동률이 지난해82.7%에 이를 만큼 산업활동이 활발해졌는데도 제조업 취업자수는 4백69만5천명으로 93년보다 4만3천명(0.9%)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업들의 생산 자동화와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의 부진이 계속된데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힘든 제조업을 꺼리고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근로 의식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통계청 관계자는 분석했다. ◇먹고 마시는 장사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음식숙박업 취업자가 93년에 비해 14만6천명(10.9%),도.소매업 종사자가 21만4천명(6.1%)이나 늘어나 전체 고용 증가를 주도했다. 또 전체 취업자 가운데 음식숙박업,도.소매업 종사자의 비중도 93년 25.1%에서 지난해 26.2%로 늘어났다.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대졸 이상의 실업률이 3.
6%로 93년보다 0.4% 포인트 낮아졌지만 전체 실업률을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대졸여성의 실업률은 4.2%로 여자의 고학력 실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2.3시간으로 93년에 비해 0.3시간 줄어들었다.지난 88년 주당 55.8시간을 정점으로 매년 꾸준히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그저 열심히 일만 하기 보다는 놀 때는 논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으며 기업들의 토요 휴무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임시직보다는 상시(常時)근로자가 늘어났다=정식으로 일자리를얻어 고정적인 봉급을 받는 상시 근로자수가 1천53만명으로 93년보다 5% 늘어났다.
그러나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 무급(無給)가족 종사자,일용 근로자,자영업주의 비중이 61%로 임금 근로자의 비중보다 훨씬 높아 전반적인 취업구조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여성이 크게 늘어났다=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8백만5천명으로 93년보다 26만7천명(3.5%)늘어나 증가율로는 남성(2.8%)을 앞질렀다.또 전체 취업자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비중도 40.4%로 93년에 비해 0.2%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경기상승으로 여성인력의 수요가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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