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스타메이커 김창환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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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발라드의 제왕 신승훈,랩과 댄스음악의 귀재 김건모,올해 리듬 앤 블루스 돌풍의 주역 박미경.
한국 가요와 관련한 웬만한 기록들을 모두 경신했다는 이들 인기가수의 배후에는 바로 김창환(34)이라는 탁월한 작.편곡자겸제작자가 숨어있다.
밀리언 셀러를 계속 제작해낸 김창환은 그룹「노이즈」의 멤버인천성일 등과 함께 이들의 히트곡을 대부분 작.편곡하고 연주한 장본인. 90년 무명이었던 신승훈의 데뷔 히트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신승훈 작곡)를 제작하면서 가요계에 두각을 나타내기시작한 김창환은 이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등 2장의 앨범,김건모의 『핑계』등 3장의 앨범과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90년대 우리 대중가요의 흐름을 주도한 셈이다.김창환은 초기단짝인 신승훈과 함께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 이른바 「발라드」음악을 정립시켰으며,93년말부터 김건모의 『핑계』(김창환 작.편곡)로 레게 바람을 일으켰다.
또 올해초부터는 미국 흑인음악의 대표인 리듬 앤 블루스를 우리식의 댄스 음악으로 편곡,박미경을 스타로 키워 리듬 앤 블루스 붐을 만들어냈다.
김창환을 중심으로 제작진을 이루고 있는 가수들과 작.편곡 및연주자들은 가요계에서 「김창환 사단」으로 불린다.
이들이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독특한 작곡과가수들의 가창력뿐만 아니라 「세밀하게 계산된 창의적인 편곡」에있다. 김창환은 『음악 형식 자체가 간단해 보이는 댄스음악의 경우 편곡하기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장르』라며 음악에 있어서 편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음악전문가들은 신승훈의 『처음 그 느낌처럼』,김건모의 『핑계』,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등을 들으면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저절로 흥을 돋우게 하며 원초적인 리듬을 타게 하는 요소가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 컴퓨터등 첨단 기기들이 음악제작에 도입되면서 스튜디오등에서 실제 연주하기 보다는 이른바 「하우스 뮤직」(첨단음악기기를 사용해 집안에서 모든 음악을 제작함)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첨단악기에서 만들어내는 초유의 음향과 효과음을 도입하고 시퀀서(자유자재로 음을 반복시킬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한 교묘한 리듬의 창조 등 종전의 편곡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음악제작을 실현했다. 김창환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처럼 음악제작은 작곡도중요하지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포장할 수 있는 갖가지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인들의 음악적인 창의성은 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편곡과 제작기술등이 뒤떨 어져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만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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