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일본경제의 현주소-日 무역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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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계속되는 엔고에도 불구,일본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일본의 안정된 무역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엔고의 근본 원인이 과도한 대미(對美)흑자에 있다고 하지만 일본의 수출구조를 뜯어보면 흑자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의 수출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동차.가전등 내구성소비재가 주종을 이뤘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후반들어 기계.금속.반도체.철강등 자본재 및 중간재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 수출 주종품목으로 떠올랐다. 대한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총수출 3천9백51억달러 가운데 자본재 및 중간재의 비중은 52.1%(2천58억달러)에 달했다.또 일본의 대미수출 1천1백74억달러중 자본재및 중간재의 비중도 소비재 수출의 비중을 훨씬 앞 지른 것으로추산되고 있다.
자본재나 중간재는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치류(裝置類)이므로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제품을 계속 쓰게 되는 특성이 있다.수입선을 바꿀 경우 생산라인을 크게 뜯어고쳐야 하므로 추가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또 소비재는 불황때 안 사면 그만이지만 중간재는 기본적인 생산활동에 필요하므로 계속 수입하게 된다. 미국이 일본제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지만 자본재나 중간재의 수입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다져놓아 엔고에도 개의치 않고 미국에 대해 매년 5백억달러대의 무역수지 흑자를 꾸준히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입하고 소비재를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지녔다.
지난해 반도체의 호황으로 국산 부품.소재의 수출이 총수출의 49.2%에 달했으나 그나마 일본에서 기자재를 수입해 만든 비중이 높은데다 대표적인 자본재라 할 수 있는 기계류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기계.부품.소재의 대부분이 일본에서들어오고 있어 대일(對日)역조를 주도하고 있다.지난해 기계.부품.소재류의 대일역조는 전체 대일역조보다 많은 1백38억달러에달했다.이에 따라 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엔화가 강세를 보일수록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상산업부는 올해 엔화가 지난해말보다 10% 절상돼 달러당 93엔이 될 경우 대일수출은 8억달러가 더 늘어나지만 대일수입은 11억달러가 추가로 늘어 전체 대일역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소비재를 팔아 93년에 비해 무역흑자를 25억2천만달러나 더 냈지만 선진국으로부터 덩치 큰 자본재와 중간재를 많이 수입하는 바람에 對선진국 무역적자는 오히려 72억9천만달러나 늘어났다.
이같은 무역구조가 계속되는 한 엔고로 우리 수출품(완제품)의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해서 무작정 반가워할 상황만은 아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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