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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肝膽相照-속마음까지 털어놓는 매우 다정한 사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간담(肝膽)은 모두 신체의 일부이므로 月(肉)변을 가지고 있다.간(肝)은 오장(五臟)의 하나로 장군.기백.사려(思慮)의 상징이며,담(膽)은 육부(六腑)의 하나로 법관.과감.결단.인고(忍苦)의 상징으로 여겼다.월(越)의 구천(句踐) 이 쓸개를 하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간담은 깊은 사려와 용기 있는 결단을 뜻하게 되었다.
또 간담은 몸속 깊은 곳에 있으므로 충정(衷情),「속 마음」이라는 뜻도 있다.우리 말에「간이 부었다」는 것은 사려가 깊지 못한 것을,「간담이 서늘하다」는 깊은 속 마음까지 놀랐다는 뜻이다.그런데 肝과 膽은 서로 마주보고 있으므로 매우 다정한 사이를 뜻하기도 한다.여기서 나온 말이 간담상조(肝膽相照)다.
유종원(柳宗元)이 죽자 친구 한유(韓愈)는 그를 기리는 묘지명(墓誌銘)을 썼다.한유가 칭송한 것은 유종원과 유우석(劉禹錫)간의 우정이다.
참다운 우정은 역경에서 빛을 발한다.평소에는 간담(肝膽)처럼다정한 것 같지만(相照)일단 머리 털만한 이익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눈을 부릅 뜨고 원수처럼 돌변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의 정치 현실이 그런 것 같다.어제의 동지가 오늘의적이 된다.서로 등을 돌리면서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한유는 탄식했다.「우정이 이렇게 무상(無常)해서야….」진정한 간담상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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