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자녀 둔 주부들 新學期몸살 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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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3일 외아들의 국교입학식에 다녀온 주부 김진희(金珍喜.
32.서울 방배동)씨는 요즘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입학전부터 「아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까」하는 문제로 일말의 불안감이 없진 않았으나 요즘엔 또다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 를 물며 괜히 우왕좌왕,초조해지고 급기야 최근엔 불면증 초기 증상까지 경험하고 있다.
이같이 金씨를 불안케하는 여러 걱정의 원인은 정작 아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에 관한 것들.좋은 피아노 선생님은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과외지도는 어떤 것들을 해야 할까,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등등 .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점점 늘고있다.이른바 「신학기 주부 스트레스」.「자녀의 내신성적은 곧엄마의 성적」이란 사실이 공공연히 인정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녀의 뒷바라지 문제로 주부들이 몸살을 앓고 있 는 것이다.
신경정신 전문의 정동철(鄭東哲.정동철 신경정신과 원장)박사는『자녀 교육문제로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신학기엔 평소보다 20~30% 정도 많다』며 그수는 해마다 증가추세라고 들려준다.
이들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며 금방 잘 잊어버리고 밤엔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고 호소.
지난해 첫째 아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했다는 辛모(33.서울개포동)씨는 『처음 담임선생님을 찾아갈때 미리 신경정신과를 찾아 신경안정제를 먹고 갔다』며 잘못 끼운 「첫단추」때문에 아이의 평생이 망쳐지지 않을까 몹시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
특히 「내아이는 다르게 키우겠다」는 신세대 엄마들에게서 이런증상은 더 심한것 같다는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직장을 가진 주부들은 또다른 차원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있다.당장 입학후 얼마동안은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는 문제,부담스런 준비물 챙기기 등이 큰 짐으로 다가오기 때문.
출근 때문에 할수 없이 아이 혼자서 등교하도록 하고 있다는 이남희(李南熙.35.서울여의도동)씨는 『혹시 교통사고라도 나지않을까,아이의 기가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지울수 없다"며 심할경우 죄책감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첫아이 학교보내기』(보리 출판사刊)란 책을 출간한 주순중(朱順中.서울 상천국교)교사는 『주위에서 듣는 여러 소문들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담임과 대화할 것』을 당부한다.朱교사는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학 교 방문시기에 대해서는 3월말에서 4월중이 적당하다고 조언.아이의 건강에이상이 있거나 집안에 특별한 사정이 있을땐 학기초에 면담시간을갖는게 좋으나 보통은 교사가 학생들을 어느 정도 파악한뒤가 좋다는 것.부득이 방문이 어려울때는 전화보다는 편지를 이용해 자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는게 선생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일러준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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