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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덩치 키운 기업 조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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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가는 기업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들 기업은 새 M&A로 계속 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뜻에서 ‘자전거 기업’으로 불린다. 세계 경영을 모토로 외국 기업 M&A에 나섰던 대우그룹이 외환위기 후 누적된 빚 때문에 쓰려지자 생긴 말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M&A가 성장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주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경기가 내리막으로 돌아서면 성장보다 M&A를 위해 끌어온 빚이 더 부각된다. 최근 기관투자가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려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M&A 기업 주의보=지난해는 M&A 기업의 전성시대였다. 대규모 M&A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은 급등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7월 말 두산인프라코어의 미국 잉거솔랜드사 밥캣 사업부문 인수 발표 때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STX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노르웨이의 야커야즈 인수를 발표하자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STX조선이 STX그룹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라며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9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발표된 대한전선·유진그룹의 M&A 소식에도 증시는 열광했다.

그러나 올 들어 사정이 싹 바뀌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에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M&A를 위해 끌어들인 빚이 위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라건설이 잇따라 대형 M&A를 성사시켰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발표 당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약세였다. 4조5000억원짜리 M&A를 성공시킨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은 주가가 10% 넘게 곤두박질했다. 덩달아 지난해 M&A로 급등했던 기업 주가도 약세로 돌아섰다. 두산인프라코어·대한전선 등은 20% 안팎 하락했으며 STX조선은 33.4% 추락했다. 같은 기간 조선업이 속한 운수장비 업종의 하락률(21%)에 비하면 훨씬 큰 폭의 하락세다. 하락세는 기관의 매도가 부추긴다. 14일 이후 28일까지 기관은 STX조선을 하루만 빼고 연일 팔아치웠다.

◇엇갈리는 평가=2007년엔 성장이 증시의 화두였다. 그러나 변동성이 커지고 위험관리가 중요해진 올해는 M&A를 통해 덩치를 불린 기업보다는 자산이 많은 가치주가 뜰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반면 최근 M&A 기업의 주가 급락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강하다. 과거 외환위기(IMF) 이전과는 M&A의 목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엔 무분별한 덩치 불리기였다면 최근의 M&A는 핵심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의 부채비율도 낮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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