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무조건 나쁜가요? 롤플레잉 게임하면 리더십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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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임소혜 교수가 청소년의 리더십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찬원 기자

“게임이 아이들 공부를 방해만 하는 건 아닙니다. 게임을 하면서 집중력도 키우고 리더십을 기를 수도 있거든요. 특히 롤플레잉 게임은 성취감을 주고 사회성을 높여줍니다.”

최근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이용 동기와 오프라인 리더십 영향 연구’란 논문을 발표한 연세대 임소혜 두뇌한국(BK)21사업 연구교수의 말이다.

임 교수는 지난해 일주일에 평균 12시간 게임을 하는 평균연령 16세의 국내 온라인 게임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들은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취감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사회성·탐구력·전략 조작력·캐릭터 운용·몰입·집단 및 개별 활동력 등을 기를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리더십의 요건에 해당됩니다.”

임 교수는 게이머들이 게임 프로그램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면서 다른 게이머들과 집단을 구성하고 역할을 분담하는가 하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의사 결정을 하고 팀원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상황 대처 능력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또 리더는 능력에 맞게 팀원들을 관리하고 협동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은 실제로 게이머의 지도력을 키우는 데 활용됩니다. 세계적인 기업 IBM과 미 국방부 같은 곳도 직원들의 목표 성취동기와 타인과의 사회관계 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롤플레잉 게임을 시킵니다.”

임 교수에 의하면 ‘게임세대’는 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새로운 가치관·사고방식을 배운다며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70~80년대에 TV와 영화에 열광한 청소년들이 오늘날 미디어 산업을 이끌듯 게임은 현대 청소년들의 피할 수 없는 문화이자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세계적인 미래전략가 존 벡의 저서 『게임 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는 임 교수가 미래의 지배자인 게임세대의 능력들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하는 책이다.

게임세대들은 ▶전문가적 능력 ▶새로운 상황에 대한 빠른 분석력 ▶경쟁과 성취감 즐기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위험 감수와 위기관리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해 놓았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장 큰 효과는 몰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입하는 순간엔 사람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기분이 고양돼 최적의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게임도 공부도 몰입할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임 교수는 “게임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은 아니다”며 “현실 도피와 고독의 해결책으로 게임에 빠져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므로 과도한 게임 몰입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정식 기자 , 사진=이찬원 기자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다수의 사용자들이 가상세계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온라인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한 장르. 이용자는 지정된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른 게이머의 캐릭터들과 협력하며 부여된 과제를 완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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