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베어링銀 파산 他山之石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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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제금융시장이 영국 베어링 투자은행의 대규모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의 여파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연초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가까스로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던 국제금융시장이 이번에는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돌발적 인 사건으로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대규모 투자손실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었다.최근에만 해도 미국의 오렌지 카운티와 프록터 & 갬블,독일의 메텔게젤샤프트등 굴지의 기업들이 파생금융상품 투자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는등 파생상품 투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건들이 꼬리를 이었었다.
이번 베어링 파산사태는 피해당사자가 금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특히 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같다.금융기관의 피해는 그 자체의 손실 뿐만 아니라 신용체제의 붕괴로 그 파장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번 사건은 파생금 융시장의 확산으로 인한 위험증대가 시장참여자들의 위험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직결되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이와관련,심지어 일부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는 금 융공황으로 인해 붕괴될 것』이며 『그 시발점은 파생금융시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국제적인 규제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국제결제은행(BIS)은 진작부터 위험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주요국의 거래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촉구해 왔다.BIS는 베어링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7일엔 파생상품거래의 통계기준을 국제적으로 통일해 시장의투명성을 높이자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한편 각국의 중앙은행에 대해 파생상품의 시장규모와 동향을 주기적으로 공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파생 상품거래에 대한 감독과 규제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베어링사건은 내년 1월 주가지수선물시장 개설을 앞둔 국내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이미 우리도 지난89년 모은행이 한 펀드매니저의 무리한 투기로 거액의 환차손(換差損)을 본 경험이 있다.이제 본격적인 파생상 품시장 도입을눈앞에 둔 시점에서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보다 진지한논의와 함께 철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三星경제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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