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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합병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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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上海)자동차그룹과 난징(南京)자동차그룹이 합병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베이징(北京)자동차그룹이 푸젠(福建)자동차그룹과 합병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수준(연산 800만 대 규모)으로 커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잇따른 합병 움직임=인민일보 자매지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최근 “베이징자동차그룹이 당국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어 합병 방침을 이미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23일 쉬허이(徐和誼) 베이징자동차그룹 회장은 “통합 대상을 이미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한 중국 측 파트너다. 이 그룹 산하에 베이징현대차 외에도 베이징벤츠·베이징혼다가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그동안 내부 구조개편에 주력하고 대외 확장을 자제하면서 주로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에서 영업해 왔다. 그러다 2개월 전 전국으로 영업을 확장키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남부지역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특히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중부지역인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시에 2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어서 전국적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 다툼 가열=중국은 지난해 승용차 수요가 500만 대에 달하는 등 내수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업체들의 독식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는 중국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합종연횡을 장려하는 입장이다. 미국·일본·독일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 같은 판단의 근거다.

이에 따라 이치(一汽)·상하이·베이징·둥펑(東風)·광저우(廣州) 등 5개 자동차 그룹과 군소업체들이 병존하고 있는 지금의 자동차 산업 구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화시보는 “정책 당국이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합병을 자극하고 있어 짝짓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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