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크, 인내심 있어야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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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최수익(39)씨는 최근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에서 금에 투자하는 예금상품의 6개월 수익률이 40%에 이른다는 설명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수익률만 생각하면 당장 투자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게 맘에 걸렸다. 결국 최씨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은행 문을 나섰다.

국제 금 가격이 새해 들어서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에 투자하는 은행 예금, 금 관련 기업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최씨처럼 지금 투자하면 ‘상투를 잡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금값의 추가 상승에 한 표를 던진다. 다만 가격 하락에 대비해 분산투자의 한 방법으로 ‘금테크’를 권하고 있다.

◇상승세 잇는 금값=영국의 런던귀금속협회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25일(현지시간) 1온스당(31.1g) 921.2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선물 금값도 924.3달러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새해 들어서만 금값은 10%나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8%, 한국 코스피지수가 14% 하락한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 관련 상품의 투자수익률도 쑥쑥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의 경우 28일 현재 3개월 수익률이 22.6%, 6개월 수익률이 42.3%에 이른다. 금 광업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기은SG골드마이닝 펀드의 6개월 수익률도 26.4%를 기록했다.

금 투자자가 늘면서 신한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바탕으로 사들인 금은 지난해 말 현재 7400㎏으로 전년(4100㎏)에 비해 80% 늘었다.

◇지금 투자해도 될까=국제 금값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2001년 말 276달러였던 금값은 이듬해 342달러로 오르더니 최근 921달러까지 올랐다. 6년여 만에 3.3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값이 계속 오를 것인가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박중제 선임연구원은 “1970년대와 최근 몇 년간을 제외하면 금의 투자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금값이 추가로 오르더라도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선물 박근상 차장은 “인도와 중국의 금 수요 급증과 생산량 부족이 금값을 끌어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2002년 이후의 금값 급등을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돈을 빌리기 쉬워진 국제 투기세력들이 금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

박 차장은 “투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금값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투기자금이 빠져나갈 때 가격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중장기 투자를 해야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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