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 CD롬 메이커들 파산위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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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美CD-ROM 시장이 나날이 급신장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CD-ROM 제작사들은 제작비용마저 회수하지 못하는 판매부진으로 파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캘리포니아주 소재 컨설팅회사인 지스틱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백12개사에 달하는 美CD-ROM타이틀 제작사 가운데 96%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말까지 타이틀당 10여개 정도를 판매하는 데 성공한 회사는 20%에 불과하며 단 1개만을 판매하는 데 그친 회사도 90여개사나 된다.
CD-ROM 타이틀을 판매하는 상점의 대다수가 판매대에 3백개~5백개정도의 제품만을 소화할 수 있는 실정이라 적지 않은 제작사가 매장을 얻는 것조차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제작사들은 살아남으려는 생각보다는 신제품의 출시를 통해 한몫 잡으려는 생각에 매달려 있다.
제작사들의 이러한 과열경쟁으로 CD-ROM 시장은 나날이 냉혹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美비즈니스위크誌의 표지에「디지털의 선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까지 된 에이들런社는 뉴욕市 브롱즈지역에서 14명의 직원으로 출범한,전도가 양양한 신흥기업이었다.그 당시 이 유망기업에 대해 보도한 기사가 무려 50여건에 이른다고 회사 재정담당 책임자인 배리 칼레이지언은 기억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바야흐로 황금시대를 맞기도 전에 시들어 가고 있다.회사 내부소식통에 의하면 지난해 말의 경영악화로 대부분의 직원이 해고됐다.회사사정이 어렵기는 기존의 CD-ROM 제작사들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소재 캠프튼스 뉴미디어社는 지난달 종업원의 30%를 감원했으며 CD-ROM 타이틀의 출시도 3백28종에서 60여종으로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세계적 컴퓨터 제작사인 애플 컴퓨터도 지난해말 수익성이 없는 CD-ROM 타이 틀 사업을 전부 매각해 버렸다.
물론 CD-ROM 타이틀 사업에 참여한 기업체가 모두 손해만보는 것은 아니다.텍사스 소재 Id 소프트웨어社가 내놓아 최근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둠」과 같은 게임과 마이크로 소프트社의 백과사전 CD-ROM 프로그램은 짭짤한 재 미를 봤다.
이밖에도 일부기업은 녹음작업과 문장.오디오.비디오형태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형식을 섞은 소프트프로그램용 콤팩트 디스크를 만들어 돈을 벌고 있다.
이렇게 인기 있는 CD-ROM 타이틀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CD-ROM 프로그램은 전세계에서 5천4백만개나 팔렸는데이 수치는 93년도에 비해 무려 3천6백10만개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시장조사회사인 인포테크사는 밝혔다.
뿐만 아니라 CD-ROM 타이틀의 출시도 93년초 1백97종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말에는 2천57종으로 크게 늘어났다.CD-ROM 타이틀의 판매호조는 북미(北美)지역의 CD-ROM 플레이어 판매를 크게 신장시켰다.지난해 북미지역에 서 필린 CD-ROM 플레이어는 1천5백90만대며 올해엔 2천8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데이터퀘스트社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출시되는 CD-ROM 타이틀의 절반정도가 제값을 못 받고 컴퓨터나 디스크 드라이브 신형기종 판매에 패키지형식으로 끼여 팔리고 있어 CD-ROM 타이틀 시장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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