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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장녹수""장희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성이 같아 헷갈려요』.KBS-2TV『장녹수』,SBS『장희빈』 두 장씨여인이 동시에 등장하는 월.화요일 밤이면 이런 의문을 호소하는 시청자가 많다.성이 같다보니 동일인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1400년대 말기 연산군의 총희(寵姬)인 장녹수와 1600년대 말기 숙종의 후궁 장희빈은 생존연대만도 2백년이상 떨어진 전혀 다른 인물이다.
시청자들은 두 장씨중 장녹수를 더 낯설어한다.장희빈은 71년,82년 MBC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다룬 반면 장녹수는 사극의주인공으론 첫 데뷔했기때문.
드라마에서 장녹수(박지영扮)는 지방호족과 노비와의 사이에서 난 서얼로 거간꾼 효손(이일재扮)에게 겁탈당한뒤 기생노릇을 하다 임금의 채홍사인 임사홍 집안에 넘겨진 단계.
서른이 넘어 궁중에 진입한 그녀는 연산의 마더 콤플렉스를 간파하고 잠자리에서 임금의 아명(용)을 부르는 등 어린애 다루듯했다.연상인 녹수에게서 어머니를 느낀 연산은 그녀를 종3품 숙용(淑容)에 봉하며 총애한다.한때 모든 상형(賞 刑)이 그녀의입에서 나올 만큼 위세를 떨쳤으나 1506년 중종반정으로 참수당한다.「연산의 폭정을 부채질한 요녀」로 악명높지만 드라마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춘 「신(新)사극」으로 선악구별이 확실했던 기존사극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한편 장희빈은 역관의 딸로 천한 신분에서 왕의 애첩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장녹수의 후배로 치부된다.궁녀로 들어가 숙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그녀는 왕의 아들을 낳은 뒤 희빈으로 승격되나 12년만인 1701년 왕비인 민비를 저주한 사실이 발각돼죽음을 당한다.「국모를 몰아내고 왕을 차지한 독부」라는 일반의시선과 달리 드라마는 정선경.임호의 발랄한 모습이 비사(悲史)를 희석시키며 「신세대사극」의 닉네임을 얻어가고 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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