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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을가다>장녹수 녹화-경북궁 근정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22일 오전10시쯤 서울 경복궁 근정전앞.조선시대의 옷치장을 한 군중속에 현대복장을 한 관광객 몇 사람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얼마후 촬영용 고가크레인 위의 카메라와 장비들이 연기자들을 향하기 시작했다.
KBS-2TV드라마 『장녹수』중 연산군의 등극장면을 촬영하기위해 1백여명의 엑스트라가 조선시대 복식으로 경복궁 근정전 앞을 메웠다.
근정전 앞에는 많은 엑스트라 문무백관들의 도열과 관기(官妓)들의 즉위식 축연이 벌어졌다.순간 출연진 수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카메라 뒤로 몰려 들었다.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어떤 서양인은 『팬태스틱』을 연발했다.이들의 흥분에 폭소가 터졌다.출연진은 한동안 웃음소리에 의아해했지만 그 이유를 모르고 연기에 여념이 없었다.계속되는 재촬영에 긴장한 탓이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촬영은 강행군이었다.스태프중 한명이핫도그 스무개를 사왔으나 어림도 없었다.즉위식장에서의 근엄해야할 연산군(유동근扮)이 『먹어둬야 한다』며 그중 하나를 입에 물었다.그러자 그 장면을 잡으려고 사진기자들이 금세 그 앞에 몰려들었다.
『옛날 임금님도 저런 핫도그를 먹었나.』 한 국민학생이 재치있게 끼어들었다.끝내 연산군은 핫도그를 먹지 못했다.인서트용으로 촬영한 성종 장례식에 출연했던 단역들이 상복을 입은 채 구경꾼들 속에서 함께 촬영을 지켜보고 있는가 하면,한쪽에선 녹화중 막간을 이용해 지체높은(? ) 한 엑스트라가 中央日報 스포츠섹션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구경꾼들도 늘어나 그 넓은 근정전 앞뜰을 다 메울 정도였다.오랜만에 보여주는 경복궁 진찬(궁중 잔치의 하나)광경 때문인지 좀처럼 촬영현장을 떠나려들지 않았다.
글.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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