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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星條旗 모독 是非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美國) 독립2백주년이었던 지난 76년 뉴욕 타임스紙 칼럼니스트 러셀 베이커는「성조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성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적었다.『어릴 때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줄곧 성조기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 다고 생각했다.미국을 지탱하는 것은 사나이다움이며 그 상징이 바로 성조기다.』 그러나 그는『하지만 성조기의 권위는 수없이 상처받았다.
정치가의 옷깃에 달린 한낱 장식으로,판매를 늘리기 위한 자동차스티커로,프로스포츠의 광고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미국 국기가 만들어진 것은 1779년.하지만 성조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한참 뒤인 1812년 제2차 영미(英美)전쟁때였다.변호사 프랜시스 스콧 키는 제임스 매디슨 당시 대통령 특사로 볼티모어灣에 정박중이던 영국군함을 방문 했다.그는 포로로 잡힌 친구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통령 친서를 휴대하고 있었다. 키가 영국 군함에 올랐을 때 마침 영국 군함들과 볼티모어만 매킨리요새 사이에 포격전이 벌어졌다.전투는 밤새도록 계속됐다.다음날 아침 매킨리요새에서 미국 국기가 여전히 펄럭이는 것을 보고 키는 감격에 겨워『매킨리요새』라는 한편의 애 국시(愛國詩)를 썼다.
이 시는 미국인들로부터 대호평을 받았으며,영국노래『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의 멜로디에 맞춰 불려졌다.이 시에 나오는「스타스팽글드 배너」라는 구절이 국기의 명칭이 됐으며,노래는『내셔널발라드』라는 이름으로 애창(愛唱)됐다.
그러나 이 노래가 미국 국가(國歌)가 된 것은 1931년이다. 베이커의 지적대로 성조기는 그동안 많은 수모를 당해왔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반전(反戰)데모에선 성조기 방화(放火)가 빠지지 않았다.
성조기의 상업목적 사용도 계속됐다.
심지어 수영복 팬티의 디자인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선 성조기 모독을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연방최고법원은 이 법이 수정(修正)헌법 제1조가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 하여 위헌(違憲)결정을 내렸다.
지금 미국에선 성조기 모독금지 입법을 둘러싸고 또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사회 보수화의 한 반영이다.
표현의 자유냐,아니면 국기의 존엄성이냐를 놓고 흥미로운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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