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이여자가 사는법"과장.억지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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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과관계로는 예상키 어려운 수많은 변수가 끼어들고 따라서 곡절과 의외성이 심한 삶을 일컬어 흔히 한편의 드라마 같다고 표현한다. 바꿔 말하면 드라마는 삶의 여러 단면들 가운데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SBS『이 여자가 사는 법』은 평범하지 않은 삶의 모습을 그리는 전형적인 드라마다.『여자…』가 아닌 『이 여자…』를 강조 한 제목이 암시한 대로 결코 보편적이라 할 수 없는 삶의 편린들이클로즈업되고 중첩돼 그려진다.
친구가 시어머니가 되고 남편이 친구의 정부가 되는가 하면 절정을 이루던 갈등과 반목이 어느날 갑자기 넘치는 사랑으로 극적반전을 이루고….사람이 살아가는 법이 각기 다양한 만큼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삶을 모두 비정 상적인 것으로몰아붙이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처럼 유별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나 접근방법이 얼마나 진지한가에 있다.
아쉽게도 『이 여자…』는 극중인물들이 삶을 영위하는 진솔한 자세보다는 웃음을 염두에 둔 과장과 억지에 무게를 실어 스스로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지난달 27일 방송분에서는 극중 PD가 자신의 드라마를 비판한 신문기사를 보고 『엉터리』 운운하며흥분하는 장면이 있었다.
분명 엉터리 기사가 있을 수 있지만 극 전개와 별무관계의 장면에 오랜 시간이 할애되 는 것을 보고 작가가 비판에 대한 한풀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같다.그 느낌이 사실이 아니리라 믿는다.작가의 세계를 벗어난 작품이 있을 수 없지만 드라마를 자신의 한풀이 마당으로 삼아 시청자를 우롱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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