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기아 "테크닉" 삼성 "힘"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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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게임을 이기고 싶으면 상대팀 슈퍼스타에게 기회를 주지 말라」. 미국 UCLA를 최고의 명문으로 이끈 전설적인 코치 존 우든의 경구다.
1일 기아자동차의 농구대잔치 정상등극을 지켜봐야 했던 삼성전자는 당연히 막아내야 할 기아의 핵탄두 허재(許載)를 마지막 순간에 놓쳐 어쩌면 이길 수도 있었던 게임을 내줬다.
許의 득점분포를 살펴보면 게임초반부터 슛이 터져나오는 경우가드물다.워밍업과정이 부실한 편인 許는 게임개시 5분을 넘겨 유니폼이 촉촉히 젖기 시작해야 슛도 잘 받는다.
후반 역시 마찬가지다.고성능 차량도 예열이 필요하듯 하프타임10분은 허재의 포문을 잠시 재워놓는듯 하다.삼성은 후반초 許의 슛이 불발될 때 더욱 수비를 강화했어야 했다.그러나 이날 삼성의 수비는 정반대였다.초반엔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김승기(金承基)를 붙여 타이트하게 틀어막다가도 중반이후부터 문경은(文景垠).허영(許暎).고상준(高相俊)등에게 떠넘겨 달아오른 허재의 기를 살렸다.물론 허재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김승기가 많은 파울로 부담을 느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허재는 이날 후반30초 골밑슛을 넣은 후 8분쯤까지 자유투로4점을 넣었을 뿐 필드골이 없을 만큼 난조를 보였다.그러나 13분 네번째 파울을 범한 김승기가 벤치로 물러난 틈을 놓치지 않고 무자비한 슛세례를 퍼부었다.許로서는 힘과 수비기술이 좋은김승기가 벤치 아웃당한 순간 다시없는 기회를 잡은 셈이 됐다.
기아를 이기려면 허재부터 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삼성으로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삼성이 최선이라고 여겼던 수비를부수고 끝내 41점의 다득점을 기록한 허재의 활약은 삼성의 실책을 지적하기에 민망할 만큼 눈부셨다.
기아의 최인선(崔仁善)감독은 이날 경기직전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고 밝혔다.기아의 주전멤버가 노쇠해 5차전까지 갈 경우체력면에서 매우 불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과연 삼성은 기아만큼 절박한 각오였는가.혹시 『이만하면 할만큼 했다』는 자세는 아니었을까.
피차 절박했던 이날의 전황은 삼성의 힘과 기아의 테크닉이 마지막까지 불을 튀기는 명승부였고 결과는 기아의 테크닉이 삼성의힘을 압도했다.기술농구의 선봉에는 허재가 있었고,삼성은 절대로주어서는 안될 기회를 許에게 허용함으로써 스스 로 독배를 들었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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