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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시보레' 명성 싣고 GM 판매망 누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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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GM대우 라세티

국내에서 고작 1만여 대 팔린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20만 대 넘게 팔렸다. GM대우가 만든 라세티가 주인공이다. 이 차는 지난해 22만4000여 대가 수출됐다. 현대의 투싼(20만6000대)을 제치고 수출 차 1위 자리에 올랐다. 1년 새 수출량이 11%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승용차 100대 중 8대가 라세티였다.

 라세티의 수출 호조로 신바람을 내는 곳은 GM대우 군산공장. 라세티의 생산 요람이다. 수출 주문량이 폭주하자 지난해 9월부터 하루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휴일과 일요일에도 2교대로 일한다. 그래도 주문을 대기가 빠듯하자 근로자들은 하루 2시간씩 잔업도 한다. 이 공장은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엔 가동률이 50%선을 밑돈 ‘애물단지’였다.

군산공장 임태용 차장은 “쉴 틈이 없다. 10년 이상 이 공장에서 일했는데 공장이 쌩쌩 돌아가는 것을 보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모델 톱10에도 명함을 못 내미는 라세티가 해외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배경은 뭘까. 우선 세계 곳곳에 깔린 GM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됐다. 실제로 라세티는 대우 브랜드로 유럽에 내놓은 2003년엔 1만5000대가 수출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시보레 브랜드로 통합된 2004년에는 5만7000대로 늘더니 지난해엔 10만1000대로 전년보다 53%나 늘었다.

특히 동유럽에서 잘 팔린다. 과거 대우가 그룹의 세계 경영 터를 닦았던 곳이어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GM의 촘촘한 글로벌 판매망과 ‘시보레’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가 라세티 수출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도 유럽 취향에 맞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콤팩트하고 스포티하다. 라세티는 유럽에서 세단·해치백·왜건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라세티의 강점은 역설적으로 국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 GM대우 김성수 홍보부장은 “중대형 차를 선호하는 국내 추세에 준중형 차인 라세티가 설 자리가 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 설명은 다르다. 그는 “라세티와 동급인 현대 아반떼가 꾸준히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판매실적을 유지하는 데 반해 라세티는 2002년 출시 이후 모델 변경이 거의 없었다”며 “새 모델 개발에 소홀한 탓에 유행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케팅과 신모델 개발에 둔감한 탓에 GM대우가 GM의 단순 하청 생산 기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라세티의 브랜드명은 수출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에서 시보레 누비라(세단형) 또는 시보레 라세티(해치백형)란 이름으로 팔린다. 중국에서는 ‘뷰익 엑셀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라세티는 중국에 반제품 형태로 건너가 상하이GM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판매된다. 지난해 20만 대가 팔려 GM의 중국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결국 이름은 다르지만 라세티의 세계 시장 총판매량은 43만 대에 이른다. 한편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모델은 현대차 아반떼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의 쏘나타였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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