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덕산그룹 부도 파문-충북투금 부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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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도(不渡)를 낼 것인가,막아 줄 것인가.』금융기관의 부도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달28일 오후 홍재형(洪在馨)부총리 주재로 열린 심야 대책회의의 초점도「덕산그룹」자체보다는 이 그룹 계열의「충북투금」에 모아졌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충북투금은 덕산그룹이 인수한지 한달 남짓밖에 안되는 말석(末席)계열사에 불과하지만,투금사와 같은 중량급 금융기관이 부도위기에 몰린 전례가 없어 정부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덕산 자체의 문제는 이 그룹의 부도가 광주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을 도와주자는 정도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약 세시간동안의 회의는 대부분 충북투금 문제에 할애됐다. 7백억~8백억원에 이르는 충북투금의 총 부채에 대해 매일 수십억원씩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전망도 썩 밝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막아주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과,그래도 금융기관을부도낼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 것으 로 전해졌다. 「부도는 막아야 한다」는 쪽의 논거는 부도에 따른 후유증과파장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충북투금의 총 예금잔고는 현재 3천3백억원 수준.현행 예금자보호 규정상 이중 어음관리계정(CMA)등 순수한 예금(현재 약1천2백억원 추정)만 신용관리기금에서 1인당 최고 1천만원씩 총 2백80억원을 물어주게 된다.
충북투금이 일단 지급 능력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예금자 1인당 평균 자기 예금의 20~30%만 되찾아갈 수 있다는 결론이라 예금자의 피해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것.
또 부도가 나면▲투금업계 전체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고▲가뜩이나취약한 지방 금융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는 점 등도 지적된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잉글랜드은행이 최근 3백여년 역사의 세계 유수 금융그룹인 베어링은행을 파산 처리키로 한 점 등을 감안,『이제는 우리도 원칙대로 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경제에 주름살이 가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관행은 없애야하며,앞으로 다른 금융기관들에 대한「교훈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구제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 지 가늠하기 어렵고▲설령 구제 해준다 해도 회생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실무적인 문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결국「휴일로 하루 번 시간을 더 활용하자」는 선에서 끝났는데,앞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이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더이상「안전지대(安全地帶)」만은 아닌 것 같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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