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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장로 이승만·김영삼, 불심 깊은 노태우·전두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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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06면

대통령의 종교는 항상 관심거리였다. 최고지도자에게 종교는 주요한 정치적 기반이 되기도 했지만 지나친 종교 편향이 구설에 올라 표를 갉아먹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종교

역대 대통령 중 교회 장로는 이명박 당선인 말고도 이승만·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1948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서를 할 정도로 기독교 성향이 강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그를 4·19가 있기 전까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충현교회 장로인 YS도 신앙심이 깊었다. 87년 대선에서 “집권하면 청와대에 목탁 대신 찬송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그의 재임기간 중 성수대교 붕괴(94년) 등 연이은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이 청와대 불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괴소문이 돌았다. 결국 청와대가 출입기자에게 불상을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심이 깊었다. 87년 집권당인 민정당 대선 후보였던 그가 불상 300만 개를 집집마다 세우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미신 때문에 불상이 새겨진 10원짜리 동전을 만들도록 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한국은행까지 나서 “부처님상이 아니라 사자상”이라고 해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별한 신앙이 없었다.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불교신자였지만 박 전 대통령은 종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큰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학창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지금은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송기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프로필 쓸 때 무교라고 쓴다”고 고백한다. 재임 중 기독교와 가까웠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에 ‘유배’갔을 때 독실한 불교신자가 돼 하산했다.

과거부터 대통령과 관계된 종교 인맥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됐던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김대중(DJ) 정부 시절 창천교회가 그랬다. 천주교를 믿었던 DJ와 달리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감리교인 창천교회 장로다. 당시 이 교회에 다니던 몇몇 인사가 요직에 발탁됐는데 이 과정에서 영부인의 힘이 작용했다는 설이 퍼졌다. KBS 부사장 L씨, 육군 참모총장 K씨, 아태재단 사무총장 H씨 등이다.

YS도 같은 교회 출신인 김상철 변호사를 초대 서울시장에 기용했다. 역시 한 교회에 다니던 이영덕씨는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외국에서도 정치지도자의 종교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정치적 지도자는 ‘감점’을 받는다. 61년 존 F 케네디가 최초의 가톨릭 신자 대통령으로 기록될 정도다. 최근 달아오르는 당 경선에서도 종교는 중요한 부분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1위로 떠올랐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기독교가 이단시하는 모르몬교 신자라는 사실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세다. 루돌프 줄리아니도 가톨릭 신자인 점이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층의 외면을 받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반면 침례교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는 낙태 반대, 가족 중시 등의 구호가 먹히면서 지지율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학교를 다녔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돌면서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서강대 길희성(종교학) 명예교수는 “제정 분리의 원칙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종교를 보고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치인이라도 신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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