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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누아르’ 영화의 십대 버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호 18면

고등학생 브랜든(조셉 고든 래빗)은 헤어진 여자친구 에밀리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받는다. ‘브릭’ ‘핀’처럼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띄엄띄엄 말하던 그녀는 이틀 뒤 터널 앞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브릭

얼마 전부터 부유하고 타락한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던 에밀리는 어떤 사건에 휘말린 것일까. 브랜든은 ‘브릭’이라는 단어를 실마리 삼아 추적을 하던 끝에 학생들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핀(루카스 하스), 학교에서 여왕처럼 군림하는 로라(노라 제히트너)를 만나게 된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브릭’은 언뜻 평범한 범죄 스릴러로 보이지만, 일부 관객에겐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다. 1973년생인 젊은 감독 라이언 존슨은 이 영화를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의 누아르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캘리포니아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말타의 매’ ‘빅 슬립’)가 헤매는 캘리포니아를 떠올리게 한다. 햇살과 해변 대신 음울한 공기가 가득하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고독한 수사를 계속하는 브랜든도 흑백 누아르 세계의 탐정과 다를 바가 없다.

비정한 세계에서 홀로 분투하지만 여인 하나를 지켜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탐정. 그 때문에 ‘브릭’은 예상치 못한 귀여움 또한 가지고 있다. 솜털 보송보송한 고등학생 둘이 마주 서서 탐정과 팜므 파탈의 파멸적인 결말을 재현하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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