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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황제, 그랜드슬램 ‘빛바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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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황제’가 무너졌다. 대회 3년 연속 우승의 기대도, 역사적인 골든 그랜드슬램을 향한 도전도 그대로 멈췄다.

 현역 테니스 최강이자 황제로 군림해 온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랭킹 1위·사진左)가 25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3위·右)에게 0-3(5-7, 3-6, 6-7)으로 완패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4개 메이저대회 싹쓸이 우승을 노린 페더러는 출발선인 호주오픈에서 발목이 잡혔다.

 27일 열리는 남자단식 결승은 조코비치와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38위)의 대결로 벌어진다. 두 선수는 나란히 메이저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조코비치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라는 페더러의 유일한 약점인 백핸드 쪽을 끈질기게 공략했다. 6-5로 앞선 1세트에서 조코비치는 백핸드 스트로크 대결 끝에 페더러의 실책을 이끌어내며 세트를 따냈다. 조코비치는 4-1로 앞선 둘째 세트에서도 페더러의 백핸드를 공격해 5-1을 만들며 승세를 굳혔다.

 팽팽히 맞선 3세트에선 조코비치가 타이브레이크 승부에서 7-5로 이겼다. 페더러는 3-1로 리드를 잡았으나 두 개의 실수를 연발하며 3-3 동점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페더러는 마지막 회심의 포핸드 스트로크를 날렸으나 네트에 걸려 11개 메이저대회 연속 결승 진출 행진도 막을 내렸다.

 이로써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이 2년7개월간 지배해 온 남자 테니스계에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2005년 6월 프랑스 오픈 이후 11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페더러가 8번, 나달이 3번 우승하며 다른 선수의 접근이 봉쇄됐다. 그러나 나달이 준결승에서 송가에게 0-3으로 무기력하게 밀려났고, 페더러도 조코비치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테니스계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게 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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