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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지 않는 로비 … 업체들 평소에 월급 주듯 인맥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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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형 공사를 따기 위한 건설업체의 로비는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시공사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평가위원을 확인하기 위해 건설업체 내 모든 인맥을 동원한다. 그러곤 결정적 순간에 평가위원에게 거액을 전달했다. 이런 사실은 동부지검의 수사로 드러났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갖은 연줄을 동원해 평가위원을 찾아내 관리하다 입찰 때가 되면 돈을 줬다”고 말했다. 로비는 동남권유통단지처럼 설계·시공·감리의 전 공정을 특정 건설업체가 모두 맡는 턴키 방식에서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입찰 담합이 있었을 때는 낙찰받은 회사가 떨어진 회사들에 금품을 건네 ‘나눠먹기’를 했다. 하지만 턴키 방식에선 떨어지면 설계비용을 날리게 되므로 입찰을 딴 회사나 떨어지는 회사나 관행처럼 로비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평가위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수천 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평소 관리하고, 평가위원으로 결정된 인사들에겐 거액이 건네지곤 한다”고 전했다. 평가위원이 확정되면 해당 인사의 집 앞에서 건설사 관계자들이 새벽부터 차를 대고 기다리는 풍경도 연출된다고 한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큰 공사의 평가위원이 되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 있다”며 “평가위원에게 2~3년에 걸쳐 월급식으로 통장에 돈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사 규모가 클수록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자금도 커진다고 한다. 서울 모 대학의 건축학과 교수는 “큰 공사 입찰 때가 되면 전화가 하루에 수백 통씩 와 아예 전화기를 꺼 놓고 살 정도”라고 전했다.

로비가 횡행하다 보니 심사 결과도 공정성이 떨어졌다. 수사 관계자는 “어떤 평가위원은 특정 업체에 대해 만점 가까이 준 반면 어떤 사람은 2점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평가위원이 매긴 점수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유미·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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