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타르코프스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2차 세계대전후 소련영화는 여전히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속박돼 있었지만 그같은 제약속에서도 훌륭한 감독들을 많이 배출했다.미하일 칼라토조프.그리고리 추흐라이.그리고리 코진체프 등이 그들이다.
60년대 들어와 소련영화엔 예술성 높은 감독들이 대거 등장했다.대표적 인물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세르게이 파라드자노프.
니키타 미할코프 등을 꼽을 수 있다.특히 타르코프스키는 탁월한예술성과 영상미(映像美)로 천재 영화작가로 평가 받았다.스웨덴의 명감독 잉그마르 베리만은『영화를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타르코프스키와 같은 위대한 영상시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극찬했다.
1932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타르코프스키는 54년 동양어학교를 졸업하고 2년뒤 국립영화연구소에 들어갔다.60년 졸업작품으로 만든『증기롤러와 바이올린』이 뉴욕영화제에서 호평(好評)을받은데 이어 62년『이반의 어린 시절』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인 산마르코 황금사자상을 수상,세계에 알려졌다.다음 작품인『안드레이 루블료프』도 69년 칸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으며,72년 역시 칸에서『솔랴리스』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이같은 업적의 대가로 러시아공화 국 공훈(功勳)예술가 칭호가 주어졌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와 상징적이며 환상적인 기풍이 주조(主調)를 이룬다.75년 발표된 『거울』엔 그의 작품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타르코프스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만든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교차시켜가 면서 인간의식속의 심층심리를 부각(浮刻)시킨다.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그리고 시적(詩的)독백(獨白)이 절묘한조화를 이룬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83년 이탈리아에서『향수』의 촬영을 마친 타르코프스키는 귀국하지 않았다.그의 영화는 소련에서 상영이 금지됐다.그는 평생 9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86년 죽기 직전 만든 마지막 작품『희생』은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올봄에 유럽.아시아 예술영화 10여편이 국내에 선을 보인다.
타르코프스키의『향수』와『희생』도 그중 하나다.할리우드 상업영화에 중독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좋은 해독제가 되리라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