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엄마젖 먹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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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유가 대량생산되고 대중화돼 갓난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가정이 갑자기 크게 늘어났을 때 많은 할머니들이『에그 망측스러워라.사람에게 어찌 짐승젖을 먹이누』라며혀를 찼다.우리네 전통적인 관습상 산모가 사망했 다든가 중병에걸리는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생아에게 모유 이외의 다른음식을 먹이는 것은 금기였던 것이다.
딸아기를 낳았을 때 삼칠일 이내에 젖꼭지를 눌러 짜주는 오래된 풍습이 우리 전통사회에서 모유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한마디로 대변한다.지금도 딸이나 며느리가 딸아기를 낳은 경우 이 풍습을 이행하도록 다그치는 6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적지 않다.
그 딸아기가 자라 엄마가 돼 모유로 아기를 기를 때 쉽게 잘 먹일 수 있는 유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모유가 인공유보다 더욱 강력한 성장 자극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년전 외국의 몇몇 연구기관들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산후(産後) 6개월간의 모유속에는 면역 글로불린A라는 저항성분이 있어 모유로 자 라는 어린이는 인공유로 자라는 어린이보다 사망률이 4분의 정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일도 있다.몇년전 미국 미주리대학의 한 연구팀은 모유로 자라는 12명의 아기와 인공유로 자라는 31명의 아기를 대상으로 체내 철분(鐵分) 함량을 조사한 결과 모유에서 철분 흡수를 촉진하는 특수 물질을 발견하고,생후 첫 6개월은 모유가 가장 이상적이라는결론을 내렸다.
모유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는 연구는 여러나라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동의보감(東醫寶鑑)』『규합총서(閨閤叢書)』등 우리 전통 의학.교양서들이 주장했던 모유의 중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데 지나지 않는 셈이다.그같은 연구결과의 영향으로 외국에서는 모유 먹이기 운동이 점점 확산돼가고 있음에도 어쩐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모유 수유(授乳)를 기피하는 산모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생후 6개월을 기준으로 엄마젖을 먹이는 비율이 28.8 %로 20년새 3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출산후에도「탄력있는 유방」을 유지하고자 하는 젊은 산모들의 기피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건강때문만이 아니라 아기들의 정서 발달에도 모유 먹이는 것이크게 효과적이라니 모유먹이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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