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한·일 단체전‘휘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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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해탄에 ‘반도체 파랑 주의보’가 내려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력제품인 D램과 플래시메모리에서 한국 업체들에 밀린 일본 업체들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마저 한국에 넘길 수 없다며 세를 규합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의 M램 기술 개발에도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다. 여기엔 개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도 수성 전략을 내놨다. 삼성전자·하이닉스는 24일 한양대학교 종합기술원에서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의 원천기술 공동개발 협약식을 했다.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공동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것은 1994년 64메가D램 이후 14년 만이다.
 
산업자원부는 2004년부터 5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차세대 테라비트(Tb)급 비휘발성 메모리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Tb의 용량은 현재 주력제품인 기가비트(Gb) 반도체의 1000배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정부 주도의 연구과정에서 나온 8건의 특허를 공동 구매하고 차세대 메모리로 급부상하는 수직자기형 비휘발성메모리(STT램) 개발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선제공격=일본 정부와 도시바·NEC·후지쓰는 2006년부터 5년간 STT램 개발에 30억 엔을 투자하는 국가 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이 차세대에 매달리는 것은 현재 주력제품 경쟁에선 한국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3년 히타치·미쓰비시·마쓰시타가 반도체 공동 개발을 선언하고 2006년에 엘피다가 대만 업체들과 힘을 합쳐 ‘타도 한국’에 나섰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D램 가격이 80% 이상 폭락하자 삼성전자와 도시바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적자를 냈다. 특히 파워칩·난야 등 대만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손실률이 20%를 넘어서면서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수렁에 빠졌다. 이로 인해 일본은 차세대 제품 이외에는 승부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원천기술 확보가 관건=현재 주력제품인 D램과 플래시메모리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0여 년째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1년 100나노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7년 연속으로 미세공정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30나노 공정으로 64Gb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1999년 이후 8년째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매년 두 배로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입증했다. 일본 경쟁사에 비해 6~12개월 정도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칩 하나에 모은 퓨전 반도체인 ‘원낸드’를 들고 나와 플래시메모리의 원조인 도시바에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원천기술. D램은 미국 인텔이, 플래시메모리는 일본 도시바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지금도 두 회사에 매년 수억 달러의 특허사용료를 낸다.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차세대 P램의 경우도 미국 업체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나 M램은 아직 기술 개발 단계라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해외 업체들과의 특허 공유 등을 통해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창우 기자

◇비휘발성 메모리=D램처럼 전원이 끊기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와는 달리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반도체. 플래시메모리와 차세대 P램·M램 등이 대표적이다.

◇STT램=3세대 M램을 일컫는다.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P램은 열을 가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M램은 열 대신 자력을 활용한다. 속도가 P램보다 10배 빠르고 이론적으로 수명도 무한한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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