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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어느 밥집 가도 맛있는 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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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의 야경

2012년 세계박람회(EXPO)가 열리는 전라남도 여수. 지난해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온 개최지 결정 소식 이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돌산 한 귀퉁이의 연탄불 위에서 탁탁 소리 내며 익는 굴구이 향이다. 푸짐한 남도의 밥상 한 가운데엔 ‘여수의 왕초’가 자리잡고 있다. 돌산 갓김치다. 짭조름한 젓갈을 품고 쌉쌀하게 농익은 맛에 한번 빠지면 어떤 산해진미라도 좀처럼 눈이 가지 않는다. 청정바다 다도해의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는 여수의 맛은 다도해만큼 청정하고 깊다.

 

순천청암대 문화관광과 정희선 교수

순천청암대 문화관광과 정희선(50) 교수. 대학 다니느라 잠시 서울에서 외도(?)한 것을 모른 척해 주면 여수에서 대를 잇고 사는 토박이다. 10년 전에 ‘전라도 압구정동-여수’란 수필집을 냈을 만큼 정 교수의 여수 사랑은 지극하다. “여수는 백제시대인 6세기부터 음식에 양념을 사용했고, 9세기에는 국제항구 역할을 하면서 식문화가 번성했지요. 이 때문에 이 고장 사람들의 미각(味覺)은 수준급을 넘어서고 있어요.” 대뜸 여수 사람들의 입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입’자랑은 금시초문이다.
 
“여수 사람들이 가장 어려운 일로 꼽는 게 음식점 차리기입니다. 음식점을 고를 때 집안이니 친구니 하며 봐주는 게 없거든요. 오직 맛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맛이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아야 하지요.”

 꼼꼼하게 따지며 챙기지 않고, 아무 데나 적당히 들어가도 실패할 염려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손꼽을 만한 맛집을 내놓으라고 채근했다.

(여수) 글·사진=유지상 기자

일억조횟집 자리에 앉자마자 입이 쩍 벌어진다. 사각 나무 접시에 두 판에 나온 일명 ‘쓰키다시’라고 하는 곁가지 요리 때문이다. 전복·해삼·멍게·개불·성게·새우·조개관자·가리비·피조개·새조개·병어…. 하나하나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평소에 보기 힘든 털게찜에 바닷가재찜까지 나온다. 이건 숫제 ‘해산물 공습’이다. 젓가락을 재빠르게 옮겨 다녀보지만 바닥을 비우는 건 불가능하다. 이어 도미랑 농어회가 들어온다. 이미 배를 채워놔 맛도 모르겠다. 서울보다 회의 두께가 두껍고 탄력이 강하다. 반쯤 비우니 생선구이가 나오고, 이어 튀김도 한 접시 오른다. 매운탕으로 마무리하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다. 4인 기준 한 상차림의 생선회 모듬정식이 이렇다. 값은 8만원. 2인상은 6만원을 받고, 6인분은 3인상(7만원)을 두 상 차려낸다. 쉬는 날은 1·3주 일요일. 061-651-7933.
 
작은어촌 여수의 명물로 바닷장어가 빠지지 않는다. ‘깨장어구이’란 별난 장어 요리로 소문난 곳이다. 장어를 불에 구워 참깨를 솔솔 뿌려서 낸다. 그래서 깨장어인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깨장어’는 먹장어의 사투리로 ‘꾀장어’라고도 하는데, 장어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을 때 깨처럼 고소하다고 해서 그리 부른다고. 상추나 깻잎에 찍음장 바른 장어, 고추, 마늘, 된장을 올려 싸서 입에 넣으니 장어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구이를 먹고 나면 된장국물에 끓인 장어탕은 서비스다. 깨장어구이 1인분 200g에 1만원. 문수동 신시가지에 열어 시설은 깨끗하지만 서비스는 미흡한 편. 매주 일요일 휴무. 061-653-9500.
 

복춘식당 항구도시엔 술 마시는 사람이 많다. 고단한 뱃일을 술로 달래는 것이다. 복춘식당의 아귀탕은 술꾼들의 친구다. 서울의 아귀탕과는 전혀 맛도 모양도 다르다. 일단 뻘건 고추장·고춧가루 국물이 아니다. 집에서 담근 된장 국물에 생물 아귀를 넣어 끓인다. 국물이 콩국처럼 고소하다. 된장 때문만은 아니다. 아귀의 내장인 애가 들어 있어서다. 애의 기름에서 배어 나오는 맛이 넉넉하다. 국물에 새콤함이 살짝 있다. 직접 내린 식초 맛이다. 초 맛이 찌든 알코올을 싹싹 걷어내는 기분이다. 살점이 듬뿍 달린 아귀는 그냥 먹기 아깝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다가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소주잔에 손이 간다. 아귀탕 한 그릇에 8000원.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9시에 닫는다. 연중무휴. 061-662-5260.
 

소선우 서울의 음식점들은 간장게장을 얕은 접시에 넓게 펴서 낸다. 그래야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은 대접처럼 속이 깊은 그릇에 게장을 듬뿍 쌓아서 푸짐하게 낸다. 꽃게는 아니다. 민물게랑 비슷한 크기인데 여기선 ‘돌게’라고 부른다. 1인당 두 마리꼴은 되는 것 같다. 여기에 뻘건 양념의 꽃게무침도 나온다. 한마디로 ‘게판’인 게다. 돼지고기 양념구이에 청국장, 그리고 밑반찬 10여 가지가 한 상 가득하다. 게 등딱지 벌려 먹다가 너도나도 외친다. “밥 한 그릇 더”. 간장게장 1인분에 6000원. 061-642-9254.
 
죽포식당 맛있는 여수에서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일. 여수 맛 여행을 자랑하려면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와야 할 일이다. 이때 가장 만만한 게 돌산 갓김치다. 돌산 갓은 다른 곳에서 나는 것과 달리 가시가 없고, 매운 맛이 적어 명품으로 손꼽힌다. 돌산 죽포식당은 원래 횟집이었다. 그런데 갓김치를 팔라고 요구하는 손님들 때문에 갓김치도 파는 음식점으로 변신했다. 젓갈 등 양념을 넉넉하게 사용해 담갔다. 갓김치 한쪽을 입에 넣으니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하얀 쌀밥이 생각난다. 포장 갓김치 1㎏에 4000원. 서울 등지에 택배도 해준다. 061-644-3017.
 
기타 여수의 대명사격인 서대회가 빠졌다. 제철이 아니라 다음 기회로 미룬다. 서대회와 더불어 생선구이로 예전부터 이름난 곳은 한 접시(현재는 1만원)에 900원하던 시절에 가게 이름을 얻은 구백식당(061-662-0900)을 비롯해 삼학집(061-662-0261), 여정식당(061-664-3638) 등이 있다. 소문난 장어구이집으로 산골식당(061-642-3455), 칠공주식당(061-663-1580), 상지식당(061-663-5302), 해변식당(061-642-753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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