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대표 총재로 格上 民主 단일성 지도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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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기택(李基澤)총재체제가 출범했다.민주당은 24일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당헌을 총재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꿨다.이에 따라 이기택씨는 대표에서 총재로 추대됐다.격상된 것이다.권한도 일부 강화됐다.
李총재에게 이날 대회의 의미는 적지 않다.그는 지금의 위치를동교동계를 상대로 한 당내투쟁으로 얻어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개혁 태풍속에서 지난 2년간 민주당을 끌고 온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李총재는 나름대로 지자체선거에 대비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그는 새로워진 자신의 위상을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십분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만일 여권이 선거연기를 시도할 경우 그의 노력은 지자체 관철투쟁으로 대치될 것이다.물론 이때도 그의 총재직은 야권에서의 대표성을 강화시켜 주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李총재의 앞날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이번 전당대회에서출범한 체제는 시한부다.민주당은 8월에 당권을 두고 경쟁을 벌일 정기전당대회를 예정해 놓고 있다.李총재는 이 고비를 넘겨야한다.더구나 李총재는 동교동계에「탈당불사」의 의미로 사용했던 의원직사퇴 카드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그리고 양측은 8월전당대회의 대의원숫자를 놓고 팽팽히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모두 8월전당대회에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사례들이다. 당내사정은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 이사장의 측근들은 더이상「이기택 대안부재론」을 입에 올리지않는다.그의 도전자인 정대철(鄭大哲)고문은 당권도전선언을 했고,김상현(金相賢)고문은 관계가 소원했던 金이사장을 만났다.예사롭지 않은 조짐들이다.
야권통합으로 당의 몸집이 커지면서 노선의 스펙트럼도 더욱 넓어졌다.李총재는 재야의 진보세력에서 육사출신의 5共세력까지 다양한 의견을 조정해 당을 한방향으로 몰고가는 지도력을 보여줘야하게 됐다.
李총재에게 과제는 또 있다.지자체선거가 실시될 경우 그는 비호남지역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야한다.그래야 당내 발언권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또 그래야만 8월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하지 만 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김종필(金鍾泌)씨의자민련창당은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권이 지자제연기를 들고 나올 경우도 문제다.이때 벌어질 지자제관철 투쟁은 정권반대운동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당연히 여야의 명운을 건 총력전이 된다.이 경우 야권의 역량결집을 명분으로 金이사장의 복귀문제가 거론될 가 능성이 있다.李총재에게는 위기가 될 것이다.
李총재는 이같은 상황을 여권과의 대결구도로 타개하려는 생각인것 같다.
그의 취임연설은 매우 강경하다.정부와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여권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들은 대부분 23일 밤사이에 李총재와 보좌진의 대책회의끝에 추 가됐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대로 金대통령에게 강력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국이 金대통령과 金이사장의 양김(兩金)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자신이 한쪽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는것 같다.또한 그렇게 돼야만 판세가 호남대 비호 남 대치구도가되는 것을 저지하면서 자신의 입지가 생긴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12.12기소투쟁에서 드러났듯이 李총재의 당내장악력은 한계가 있다.그가 지나치게 앞서 나갈 경우 민주당내에서는 곧 다른 소리가 나올 것이다.그러면 상황은 다시 여야대결에서 야야(野野)대결이 될 것이다.이는 당의 지도부 와 대주주가각기 다른 민주당이 가지는 숙명적인 취약점이기도 하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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