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를 악물었다. 30년간 군인으로 살며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끝없이 사지를 넘나들었던 그다. 전쟁터에서 깨달았던 인생의 지혜는 ‘절망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것.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동부고속·신동아화재보험 등 여러 민간기업에서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온갖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희망과 의지로 이겨내지 않았던가. 결코 주저않을 순 없었다.
아내와 함께 병원문을 나선 그는 곧장 귀가하지 않고 대형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간암과의 사투에서 ‘병을 이기려면 병을 잘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에 이번엔 파킨슨병에 대한 책을 모조리 구해 읽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점에선 관련 책자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파킨슨병 문제에서 이렇게까지 후진국일 줄은 몰랐어요. 선고를 받은 순간만큼이나 아찔했죠.”
그래서 스스로 자료를 모으기로 결심했다.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은 것은 물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자 아내부터 아들, 딸까지 발벗고 나서 도왔다. 특히 아들 김신(강릉대 교수)씨는 대학 도서관들을 뒤져 외국 책과 자료를 찾아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고안해냈고, 그 결과 비록 완치는 아니더라도 증상의 악화는 막을 수 있었다.
이런 노하우를 많은 동료 환자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관련 자료를 모아 지난주 『파킨슨병, 이젠 두렵지 않다』라는 책까지 자비로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팔지 않고 출판사(마음풍경: 031-616-5776)를 통해 환자들에게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에만 10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변한 안내서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오랜 노력의 결과인지, 그가 환자인 것을 모르고 본다면 그저 보통의 78세 할아버지로 보인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부터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까지, 파킨슨병을 앓은 사람은 많습니다. 중요한 건 희망을 갖고, 계획을 세워서 병과 싸워 이기는 거죠. 포기하지 마세요.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강조하는 김영동씨. 그 자신이 바로 희망의 증거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