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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2만불'첨병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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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비즈니스위크지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를 보면 미국 기업이 62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본과 프랑스가 각각 7개, 독일이 6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100대 브랜드 중 자동차 메이커는 미국의 경우 포드 1개사에 불과한 반면, 독일과 일본은 3개씩이나 들어 있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자동차산업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독일의 벤츠.폴크스바겐.BMW 등은 자국의 제조업을 이끄는 핵심기업들이다. 만약 이들 나라에서 자동차산업이 어렵게 된다면 그들은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노와 사, 정부가 일치단결해 무엇보다 산업평화 정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만이 100대 브랜드에 들었다. 정보기술(IT)산업 이외에 1등 산업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헤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2만달러가 가능해지려면 100대 브랜드에 다른 업종도 하나둘은 끼어야 한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바로 자동차산업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2000년 300만대 생산을 돌파하면서 '소득 1만달러'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소득 1만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소득 3만달러 이상의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과 가격차이가 10%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생산성이나 원가 등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경직된 노사관계, 즉 잦은 파업으로 생산성이 낮은 데다 고임금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비용이 높아진 결과다.

우리나라 간판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두 해만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겪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물론 전 산업계, 나아가 우리 경제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반대로 도요타.혼다를 위시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협조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대폭 강화됐다. 도요타는 최근 몇 년간 많은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불필요한 노사갈등은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발적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해 왔다. 도요타 노조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임금인상 방식을 버리고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미래투자를 통해 안정된 임금과 지속적인 고용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일본 차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각각 30%, 12%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노사관계는 자동차 경쟁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더 이상 경직적인 노사관계로 인해 한국 경제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핵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약해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자동차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와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도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갈등의 요인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동차산업이 한국 경제를 살리는 또 하나의 핵심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고, 한국의 국제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協 부회장